조승리 에세이: 9일차 (p194~222)
내가 탱고를 시작한 것은 감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나이를 세는 숫자가 늘어날 적마다 나는 무언가 하나씩을 잃어버려야 했다. 시력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고, 연인을 잃었고,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감정을 잃어버렸다. 하루라는 시간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이 그냥 흘러갔다.
내 운명이 빙산 같다고 생각했다. 바다를 홀로 떠돌다 결국 녹아 없어져 버리는 빙산처럼 나의 삶도 시간을 부유하다 무의미하게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자괴감이 밀물처럼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p.201)
< 단상 >
‘도통 내 심장이 뛰지 않아.’
여행을 가도, 축하받을 일이 있어도 나는 ‘그러려니’, ‘그렇게 됐네’ 하며 넘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게, 큰 출렁임 없이 지나는 내 모습을 봤다. 그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문득 주변 사람들의 괜한 들뜸이 부러웠다.
감각은 무뎌지고, 기쁨도 슬픔도, 설렘도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마치 유리창 너머에서
그 안의 나를 바라보며 서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일까, 나는 자꾸 무언가를 쓰고 싶은 것 같다. 아니 솔직히 아무 것도 쓰지 않으면 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 글 속에서만큼은 사라진 줄 알았던 심장의 미세한 떨림이 돌아온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걸려드는 나의 반응을 느낄 때 아직 완전히 잃어버린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