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 에세이 : 4일 차 (p 65~73)
‘온 맘 다해 오느라고’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내가 귀하게 여기는 한 구절이다.
노인을 경외하는 것은, 내가 힘겨워하는 내 앞의 남은 시간을 그는 다 살아냈기 때문이다. 늙음은 버젓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한 결과일 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열차가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그러하듯, 흔들림 없이 잘 멈추기 위해서 늙어가는 사람은 서행하고 있다.(68p)
‘영원 속의 하루’
시어는 말 그대로 돌멩이, 가시, 구름 같은 단어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얼굴이나 사건일 수도 있다. 그것 은 아주 깊은 곳에 잠겨 있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예 민하고 집요하게 찾아 헤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어둠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야 한다.
사람은 매일 오늘을 잃고, 영원은 얻지 못한다. 그 상실을 나만의 시어가 달래줄 것이다. 무언가를 희망할 용기가, 단 하루 솟아오르는 도시처럼 융기할 것이다.(73p)
<단상>
그렇지만 늙음은 결국 슬프다.
제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은 바라보는 나도, 당신들도 안타깝다.
“죽지 못해 살지…”
어느 어르신의 말씀이 가슴에 오래 박혀 있다. 자유롭지 않은 몸, 자식의 손을 빌려야 하는 마음. 심지어 바쁜 자식들에게조차 미안해하시는 그 마음이 더욱 아프다.
탄력이 사라진 엄마의 팔을 보며 나는 애써 부정했다. 내게 엄마는 여전히 노인이 아니라, 그냥 엄마일 뿐이었으니까. 거동이 불편해지고 총명함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모습을, 나는 아직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 나를 철없다 나무라시는 어른도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