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김영하 / 여행의 이유 1일차; ~ 25p

by 지영

『여행의 이유』< ~p25>

그렇다면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18p)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p.24)



<단상>

한 번은 학생들과 함께 일본 도쿄 지하철을 탄 적이 있었다. 그 복잡함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느 순간, 장난치던 아이들이 열차에 오르지 못하고 플랫폼에 남겨졌다. 차창 너머로 아이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우리는 내릴 수 없었다. 결국 선택은 하나였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와라.”


일본어 한 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손짓과 발짓, 어설픈 발음을 동원하며 길을 물었다. 몇 번의 환승을 거쳐 마침내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모험을 완수한 듯 눈이 반짝였다. 그날의 소동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래도록 간직될 추억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 계획적으로 살아왔다. 일할 때는 완벽주의에 가까웠다. 그러나 개인적인 여행만큼은 다르다. 지역과 숙소만 정하면 준비는 끝이다. 그다음부터는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간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했는지 뚜렷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괜찮다. 오히려 그 느슨함 속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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