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 에세이: 9일차 p147~157
‘고양이는 꽃 속에’
매일 산책하는 사람들은 자연이 돌연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안다. 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봄은 존재 했다. 흙이 부풀어 올랐고 나무줄기의 색이 바뀌었다.
벌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고양이들의 소요가 길어졌다. 동그란 물방울을 입안에서 굴리듯 지저귀는 새가 숲에 새로 왔다. 봄은 단서들을 한껏 뿌리고 다녔건만, 도시의 건물 안에서는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147p)
‘언덕 서너 개 구름 한 점’
산책자는 걸을 때만큼은 자신의 '몸'보다 '몸이 아닌 것'에 시선을 둔다. 지난밤의 꿈을 생각하고, 함께 나눔 이야기를 혼자 복기하고, 궁금해하다가 미뤄둔 질문을 다시 꺼내보고, 까맣게 잊었던 얼굴을 문득 보고 싶어 하다가, 방금 스쳐 지나간 사람의 모자와 나무를 타는 다람쥐까지 일별한다. 그의 사유는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파도 같다.(155p)
< 단상 >
뜨거운 볕과 숨찬 공기가 땀을 흐르게 하지만 가을은, 또 오고 있다.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모든 순간, 모든 것을 자세히,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게 되고 그들을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 그들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다. 그들에게로, 내가 살금살금 다가가 그들에게 꽃이 되고 싶다. 작가는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