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완서 / 2020년 초판 / 3일 차
<필사>
다시 꿈을 꾸고 싶다. 절박한 현실 감각에서 놓여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한가해지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꿈을 단념할 만큼 뻣뻣하게 굳은 늙은이가 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녀 적에 살던 집 앞을 지나면서 울고 싶을 만큼 센티한 감정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는 것만 봐도 나에겐 꿈을 꿀 희망이 있다.
<단상>
꿈이 있다. 잘 늙는 것이다. 그리고 잘 죽는 것이다. 어린 손주들에게는 예쁜 할머니로 남고 싶다. 요가를 하고, 내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삶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정리하며 나를 추스르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여유롭게 사람들을 불러 밥을 해 먹이고, 작은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
나는 늘 꿈을 꾼다.
작은 꿈들이 늘 꿈틀꿈틀,
그래서 나는 매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