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작가 박완서 / 2020년 초판 / 2일 차

by 지영

<필사>

보통 사람이란 평균 점수처럼 어떤 집 단을 대표하고 싶어 하는 가공의 숫자일 뿐, 실지로 존 재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크게는 안 바라요. 그저 보통 사람이면 돼요." 가장 겸손한 척 가장 욕심 없는 척 이렇게 말했지만 실은 얼마나 큰 욕심을 부렸었는지 모른다. 욕심 안 부린다는 말처럼 앙큼한 위선은 없다는 것도 내 경험으로 알 것 같다. 아마 나의 가장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가장 까다로운 조건만 내세워 자식들의 배우자를 골랐더라면 생전 시집 장가 못 보냈을지도 모른다.(p.54)




<단상>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들 말하지만, 그 '평범'의 기준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이처럼 '보통사람'이라는 기준 역시 간단치 않다. 작가의 말처럼 자신을 중심으로 비슷한 동류의식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 다툴 때면, 가끔 '나는 가장 상식적인 사람'이라며 우긴다. 나의 상식선에서 위배되는 당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논리다.

나를 '보통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보통사람은 아닌 것 같다. 몇 가지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특이하다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음... 그러면 결국 세상 사람들 모두 '보통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역설에 이른다. 이 사유가 말장난처럼 들릴까 싶어 여기서 멈춘다.


나는 사람을 볼 때 '기본만 되어 있으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그 '기본'이 다른 이들에게는 '기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때로는 혼란스럽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남의 마음을 일부러 해치지 않으며,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등 내가 생각하는 이 '기본'이 지켜지지 않을 때면, 이해하기 어렵다 못해 때로는 분노가 치밀 때도 있다.

'보통', '상식적', '기본' 같은 단어들이 사실 '나'를 중심으로 세워지고, 그것으로 남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를 경계하려 한다. 그러나 '아직은'내가 믿고 있는 이 기준들을 중심으로 살고 싶다. 더 나아가, 그 기준선을 높여 좀 더 고차원적인 의식의 흐름으로 세상이 움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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