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웅진 지식하우스 / 강원국 지음

by 지영

#아내는 왜 사표를 냈는지 묻지 않았다.


귀로 듣는 게 잘 듣는 것일까? 혹은 시간을 내 들어주면 잘 듣는 것일까? 아니다. 마음으로 들어줘야 잘 듣는 것이다.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하는 사람의 심정과 처지에 서 듣는 것이다. 듣고 나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 해 주고, 그것을 생색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직장 초년생 시절 그렇게 마음으로 들어주는 상사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그분은 내 말을 듣고 나면 늘 칭찬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렇게 빈틈을 보완해 볼 기회를 줬다. 내 말대로 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져주고, 잘됐을 때는 공을 나눠주었다.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말재주보다 우선해야 할 것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 교수에 따르면 첫인상을 좌우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사람들은 첫 만남에서 따뜻함과 유능함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더 중요하고 우선하는 것은 따뜻함이고, 따뜻함으로 먼저 신뢰를 얻어야 비로소 유능함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고 한다.

‘말재주가 있다’라는 말은 ‘언변이 좋다’라는 말과 함께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진실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 꼼수와 잔재주를 부린다는 뜻을 내포한다. 커디 교수 말을 빌리자면, 따뜻함은 없고 유능함만 있는 것이다. 확실히 부정적 어감을 담고 있다.



<단상>

나이 든 어르신들과의 대화는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뻔한 스토리에 반복되는 말들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루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대화를 짧게 갈무리할 때면 마음 한구석이 머쓱해져, 미안한 마음에 괜한 상냥함을 내밀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버린 나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기보다, 말을 가로 채고 있다. 아뿔싸, 뒤늦게 깨닫고는 허겁지겁 내뱉던 말을 거두어들인다.


말을 잘하고 싶었다. 찰나의 순간 재치 있는 말을 던지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마저 든다. 언변이 좋은 것은 분명 큰 능력이다. 말마디가 서툴고 말주변이 조금 미욱하더라도, 상대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나는 기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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