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부산에 오다.

by 지영

문득 부산행 기차를 탔습니다. 늦은 오후 노을은 객석마다 비집고 들어와 붉은 수채화를 그려내고, 서울은 수평의 직선들을 그리며 뒤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김천역을 지나며 익숙한 풍경들이 기억나고 풍경 속의 사람들은 아련한 그리움입니다. 동백기름 바른 할머니의 가르마같이 정갈한 작은 역들을 지나며 부산으로 점점 깊어졌습니다.


짙은 바다 냄새가 남포동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맡아졌습니다.

배를 만지는 손길이 분주한 부산 사내들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관집 딸 그녀는 제법 바다를 배경으로 폼을 내어 모델같이 웃을 줄 았았습니다.

한 눈 팔다 쿵 부딪힌 곳이 당신의 품이 되었던 국제시장 골목도 다녀왔습니다. 2층 카페에 앉아 그때의 그림자를 수십 번 바꿔보며 기억했습니다. 문어를 구워 팔던, 우리가 기억하는 그 수레의 총각은 이제 결혼을 하여 외국인 부인과 함께 씨앗호떡을 팔고 있었습니다. 서먹한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웃었습니다. 돈도 많이 벌어서 먹고 살만하다 합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만큼 낮은 대문들이 빛바랜 채 조용히 부산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바닷바람처럼 퍼렇게 칠해진 벽을 손으로 매만지다 작은 틈새로 대추나무입니다. 주인일까요, 아저씨가 후르룩 손으로 훑어서 건네주니 부산의 눈물만큼 감사했습니다.


빨간 가방 둘러메고 철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던, 내가 살았던 부산에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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