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끝

by 지영

대안교육을 하면서 보람, 재미, 뿌듯함. 좌절감, 실망감, 자랑스러움. 힘듦, 긴장감, 불안, 지침, 외로움, 속상함, 걱정, 가슴 뭉클함, 미안함. 피곤함이 회전되고 반복된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기꺼이 시도하고, 기꺼이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들은 즐겁다. 잠 속으로 나를 욱여넣고 싶다가도 출근을 해서 수업하다 머리가 뭉뚝해졌을 때 아이들과 카페에 가거나(카페 가는 길의 나무숲은 조금 낭만적이다.) 농구를 하며, 그렇게 아이들 삶에 끼어들다 보면 어느새 하루의 끝자락이다.

퇴근길 몇 정거장을 걷는데 푸시시 넘어졌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발을 걸었던 것 같다. 뜨거운 물에 찻잎을 우려내듯 다시 그 생각을 풀어낸다. 바닥에 긁힌 팔을 문지르며 왜 하필 그 순간에 넘어졌는지, 냉정하게 돌아본다.

벌써부터 민소매에 담배를 뻐끔 물어, 피어오르는 연기에 가물거리는 사내가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향한다. 이어지던 생각이 그 연기를 따라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다 끝난 뒤에도 끝난 줄을 모른다.

창 밖에 내리던 누더기눈도

내리다 지치면 숨을 죽이고

새들도 지치면 돌아갈 줄 아는데

사람들은 누더기가 되어서도 돌아갈 줄 모른다.'(정호승- 모른다)


끝을 알아 하루를 닫고 창문 열어 빗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