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콧 글 •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김지은 옮김
소리를 끌어낸다. 그러나 허파에서부터 이미 눌어붙어 바람 소리만 난다. 다시 낱글자에, 자음과 모음마다 끈을 매달아 안간힘을 써서 잡아당긴다. 겨우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가까스로 나온 소리는 긁히고 일그러져 있다. 그 소리를 손으로 잘 편다. 작은 바람이라도 불어서 날아가면 다시 주워다 듣는다.
학교에 수희라는 아이가 있다. 사람이 무서워 꽁꽁 숨어지냈다더니 수희의 목소리도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쭈뼛거리며 겨우 내민 글자마저도 제각각 흩어져 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수희는 그래서 늘 불안하다.
조던 스콧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는 책을 읽었다. 표지의 물(水) 색이 좋아, 그대로 집어 들고 온 그림책에 수희와 닮은 아이가 있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소나무와 까마귀와 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가 학교에 가서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꼼짝도 안 하는 입과 꽉 막혀버리는 목구멍은 아이를 꼼짝 못 하게 했다. 그럴 때면 아빠는 아이를 강으로 데려갔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다가’ ‘부딪히는’ 강물처럼, 너는 강물처럼 말하는 것이라고 아빠는 말해 주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둘러싼 두려움으로 차가운 돌멩이가 될 때면 당당한 강물을 생각했다. 강물도 아이처럼 더듬거릴 때가 있었고, 아이는 강물처럼 조금씩 입을 움직였다.
입 안 가득 한 글자 한 글자 물고만 있었지 결국 말로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누구보다 수희가 속상해했다. 친구들과 연결되지 못하고 동떨어져 외로워했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학교의 아이들은 수희를 기다려주었다. 수희는 ‘물거품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며' 자신의 불안과 '부딪혀' 싸우고 있었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교실의 벽을 몇 겹이나 감싸도록, 있는지도 몰랐던 시계의 초침이 유난히 우렁차도 다른 아이들은 수희를 재촉하지 않았다. ‘네에’라는 소리를 내기까지, 껌딱지처럼 붙어버린 자음을 떼어 모음에 붙일 수 있는 시간까지 견뎌주었다.
방학식 때 수희는 학생대표로 소감문을 낭독했다. 수희의 목소리는 반짝거렸고 사람들의 눈물은 강물처럼 흘렀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곰자리 49 | 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