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다.
정확히 말하면 생리를 멈추게 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약 복용이 그 원인이다. 난소 기형종 수술 후 알게 된 사실. 내 자궁은 아프다 소리치고 있었다.
연달아 알게 된 몸의 이상. 이상했다. 분명 건강하다 자부하며 지내왔는데. 수술에 약 복용이라니?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난 아프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들 생기는 질병이라지만 난소 기형종이나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높다. 출산한 여성이거나 출산 예정이 없다면 자궁을 드러내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미혼에 젊은 나이. 결혼과 출산 미정.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약 복용 한 달 차. 생리를 했다. 많은 부작용들 중 하나가 부정출혈이라 한다. 이게 생린지 부정출혈인진 판단하기 어려웠다. 확실히 전보다 복통은 덜했고 양도 작았다. 약 복용 두 달 차 생리가 멈췄다. 생리기간쯤 비슷한 복통이 느껴지긴 했지만 혈은 비치지 않았다. 해방이었다.
개운하다. 언제 터질지 몰라 받던 스트레스, 여름철 불쾌한 그 느낌과 아릿한 생리통에서 해방되었다. 출산 계획이 생기면 버튼(만일 생리를 on/off 할 수 있다면)을 켜고 평소엔 꺼두고 싶단 상상이 현실이 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편하다니. 우울감은 전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이 상태로 있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호르몬제라 피임약과 기능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원하면 생리를 늦출 수 있는 피임약. 잘 활용하면 삶의 질이 이 올라간다던데 그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생리하지 않는 여자의 삶. 세월이 흘러 폐경을 맞이한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그때까지 살아있단 전제하에). 본격적으로 생리에게서 벗어나는 순간. 지금보다 더 큰 해방감이 다가왔다. 지금은 예고편, 그때부턴 본편 시작. 자궁이 없을 수도 있다. 병이 발견된 상황에서의 자궁은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없어도 되니까. 선택은 내 몫이다. 난 과연 자궁을 지키고 있을까.
20대 후반. 미혼. 생리가 멈춘 삶. 생각보다 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