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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꼬막 Apr 12. 2022

이 자식 코로나 인가?

힘 없이 늘어지던 날 아침, 일어날 시간인데 몸이 무거워 약을 먹곤 다시 잠들었다. 오전 운동을 끝마치고 돌아온 아빠의 기척에 깼지만 인사 후 다시 침대를 찾았다. 무거운 몸과 정신으로 깨어있는건 힘든 일이었다.


아빤 내 반응이 평소와 같지 않자 이상했던지 계속 이름을 부르며 찾는다. 그때마다 "ㅇ..왱.." 대답하긴 하지만 평소 텐션이 아님을 금방 알아차리곤 방으로 들어와 뭘 하고 있는지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눈만 뜨고 이불속에서 발견된 내 자식, 내 딸. 


어디 아프냐 묻기에 머리 아프다 대답했더니 "코로나 아이가!" 하며 웃는다.

아빠 그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일이야..? 라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 해맑음에 나도 함께 웃어버렸다.

"저 창문 열어야 하는거 아니가!" 방에 스스럼 없이 들어와 창문을 열곤 "죽 사올까?"묻는다.

코로나 의심자인 자식 방에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다니다니?

"안먹을래", 그렇게 난 질문 폭격을 맞아야 했다.

"뭐 좀 먹어야지, 지금 시간까지 아무것도 안먹었는데" "그면 피자 먹을래? 햄버거?" 

고칼로리 음식으로 유혹하는 부모. 이게 바로 사랑인가. 건강식이고 뭐고 일단 먹여야 한다는 사랑.

"그럼 야채죽.." 이라 말하고 나서야 아빠의 물음표는 끝났다.


그렇게 야채죽이 생겼다.

따뜻할때 먹어야 한다며 나와서 먹으라기에 "나 진짜 코로나면 어째, 방에서 먹을게" 했다가 백신도 다 맞았는데 그냥 잠깐 아프고 만다고 편하게 밖에서 먹으란다. "하나 다 먹기엔 양이 많다며 덜어먹겠다" 했더니 저절로 덜어져있던 죽과, 반찬으로 구워진 소고기

돼지고기는 몰라도 소고기 사주고 구워주는 사람은 조심하란 말이 떠오르던 순간. 소고기는 관심이다.


알차게 차려진 회복기원 식단. 멍하니 앉아 먹고 있으니 죽을 조금 덜어와 옆에 앉는다. 역시 죽은 따뜻할때 먹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연기나는 죽과 함께 옆구리도 따뜻해진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2~3일 후 컨디션이 돌아왔다. 


다 큰 자식은 다 커도 자식이고 부모는 여전히 부모다. 그의 육아는 언제쯤 끝날까. 아니 끝나지 않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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