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약한 자리를 지키는 돌

by 도간


마치야(町家, 점포와 주거 공간이 결합한 전통 가옥)가 이어진 교토의 골목을 걷다 보면, 집 모서리에 내려앉은 크고 묵직한 돌 하나를 만나게 된다. 블루보틀 교토 롯카쿠 카페(Blue Bottle Coffee – Kyoto Rokkaku Cafe) 모서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식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에 놓인 건 우연이 아니다. 도마리이시(止まり石), 말 그대로 ‘멈추게 하는 돌’이다. '모서리 돌'이라는 뜻의 스미이시(隅石)라고도 한다. 좁은 골목을 오가던 짐수레, 인력거, 소수레, 마차가 방향을 틀다가 집 모서리를 들이받는 일을 막기 위해 놓였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필요한 자리에 정확히 놓인 생활의 도구다.


집의 모서리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도마리이시는 수레나 차량이 스칠 때 벽 대신 충격을 받아내는 완충 장치이자, ‘여기서부터 집’이라는 경계를 알리는 표식이다. 다듬지 않은 돌 하나가 공간의 긴장을 조절하고, 꾸미지 않았는데도 시선이 머문다. 한 점의 강조처럼, 집의 약한 지점을 단단히 보호하면서 골목의 흐름 속에 스며든다. 돌 하나가 골목과 집 사이를 지켜왔다.


이런 방식은 일본 성곽에서도 반복된다. 성은 석축을 쌓을 때 힘이 집중되는 모서리에 유독 크고 단단한 돌을 둔다. 스미이시(隅石)는 구조의 핵심이다. 지진과 압력을 견디기 위해, 성의 취약한 지점에는 강한 재료가 놓인다. 집 모서리에 놓인 도마리이시 역시 같은 논리를 따른다. 규모나 형식은 다르지만, 힘이 모이는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생활의 골목과 권력의 성곽은, 힘이 집중되는 지점을 대하는 논리가 같다.


오늘날의 볼라드를 떠올리게도 한다. 차량의 진입을 막고 공간의 경계를 정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다만 볼라드가 여러 개로 배열되는 데 비해, 도마리이시는 결정적인 자리에 하나만 놓인다. 드물게 두 개가 나란히 놓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하나로 충분하다. 수를 늘리면 기능은 강화되지만 풍경은 무거워진다. 최소한으로 막고, 주변의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배치된다. 돌 하나로 족하다는 판단이 풍경을 남긴다. 도마리이시는 거리와 집 사이에서 그렇게 자리를 지킨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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