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빚은 그라데이션

by 도간


교토의 오래된 담벼락에는 색이 한 가지로 멈춰 있는 곳이 없다. 문이나 담장에 쓰인 목재는 해마다 바람과 계절을 지나며 색을 조금씩 잃고, 장마철 스며든 빗물은 어두운 흔적을 남긴다. 결을 따라 밝은 부분과 그늘진 부분이 서서히 바뀌며,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번지는 색의 차이는 의도적으로 만든 듯 보이지만, 세월과 계절이 만든 그라데이션이다. 그렇게 쌓인 변화가 골목에 교토만의 결을 남긴다.



표면은 불에 한 번 그을린 삼나무, 야키스기(焼杉)를 가로로 겹쳐 붙여 만든 것이다. 좁고 얇은 판재를 비늘처럼 아래에서 위로 이어 붙이는 방식은 빗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지혜이자, 습한 기후 속에서 다져진 방식이다. 집의 벽이 가로로 눕는 동안, 담장은 판재를 세워 경계를 만든다. 불에 한 번 그을린 표면은 처음에는 짙은 흑갈색을 띠지만, 비를 거듭 지나며 점차 빛을 잃고 갈라지며, 은빛 기운을 머금기도 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진 수평의 선들은 골목의 낮은 처마선과 맞물려 차분한 리듬을 만들고, 그 위에 시간이 덧입혀지며 표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노출이 잦은 부분은 검게 혹은 희끗하게 바래 있고, 처마 아래 그늘진 곳은 오래된 장지처럼 부드러운 갈색을 머금고 있다. 매끈한 곳과 거친 곳이 결을 따라 이어지듯 남아 있고, 틈으로 여름의 열기와 겨울의 한기,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까지 결 속에 스며든 듯하다. 새로 덧대고 칠한 건물과 달리, 마치야는 나지막하지만 묵직한 목소리로 시간의 질감을 전한다. 계절과 시간이 겹겹이 지나간 자취가 표면 위에 드러나 있다.



결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골목의 그림자가 느릿한 리듬으로 움직인다. 발걸음도 늦춰지고, 눈앞의 명암이 서서히 장면을 바꾼다. 목재의 결에는 햇빛과 비바람, 계절의 흔적이 스며들어 고운 색과 질감을 만든다. 시간과 흔적이 쌓이며 골목의 풍경이 이어진다.


월, 금 연재
이전 08화코모레비(木漏れ日), 빛과 그늘의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