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속의 시간

by 도간


교토는 늘 축축하다. 비가 잦고, 골목마다 오래된 습기가 배어 도시 전체가 얇은 물막을 두른 듯하다. 특히 한여름이면 공기가 내려앉아 숨이 턱 막히고, 온몸이 습기 속에 잠긴 듯하다.


담장 아래와 기와가 드리운 그늘, 정원의 큼직한 돌과 녹나무 굵은 둥치에는 언제부터 자리했는지 모를 곰팡이와 지의류가 한껏 자라 있다. 얼핏 보면 독버섯 무늬처럼 흉하게 보이지만, 더 들여다보면 얼룩 속에 스며든 미세한 색감과 결이 눈에 들어온다. 그 매혹은 누군가의 손길이 더해진 결과가 아니라, 햇빛과 비, 바람과 계절이 오랜 시간을 들여 남긴 흔적이다.


어쩌면 나만 그렇게 여기는지도 모르지만, 곰팡이가 피운 얼룩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한다. 흉하다고 여겼던 무늬와 빛깔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붙든다.



어떤 곳에는 오렌지빛 지의류가 번져 있고, 또 다른 곳에는 초록·회색·검정이 층을 이루며 퍼져 있다. 덧칠되기보다 배어 있고, 쌓이기보다 눌려 앉아 있다. 겹겹이 붓질을 한 듯 보이지만, 계절이 지나가며 남긴 자국들이 서로를 덮고 포개진 자리다. 흰 곰팡이는 겨울 서리처럼 얇게 내려앉고, 여름 장마가 남긴 짙은 녹색은 그 위에서 다시 자리를 잡는다. 색은 피고 지고 겹치며 쌓여, 이 도시의 시간이 된다.



교토의 골목을 걷다 보면, 작은 흔적에도 시간이 눌러앉아 있는 듯하다. 지의류와 곰팡이는 노쇠나 방치의 징후가 아니라, 천 년 가까운 시간이 표면 위에 차곡차곡 쌓여온 자리다. 그 앞을 지나면 걸음이 느려지고 마음의 속도가 낮아진다. 오래된 호흡이 몸에 배어든다.


월, 금 연재
이전 09화시간이 빚은 그라데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