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초칭(赤提灯) 아래, 밤의 유혹

by 도간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으면 거리는 숨을 고르고, 붉은 등 아카초칭(赤提灯)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 일본 이자카야와 식당 입구에는 의레 둥근 종이 등이 매달려 있다. 손님을 맞이하는 집이라는 표시다. 거리에서 시선을 잡는 붉은빛은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슬쩍 유혹하는 듯하다. 폰토초(先斗町)의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처마 아래 붉은 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매달려 있고, 다카세가와(高瀬川) 물가에서는 그 불빛이 수면 위에 겹쳐 비친다. 골목과 강 사이에 또 하나의 붉은 길이 이어진다.


아카초칭의 의미를 잘 모르던 시절, 나는 '홍등가'를 먼저 떠올렸다. 홍등가라는 말이 붉은 등이 걸린 거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붉은색이 유흥과 밤의 세계를 상징해온 이유도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실제 아카초칭이 성매매와 직접 관련된 말은 아니지만, 과거 붉은 등이 유곽 주변과 값싼 술집에 함께 걸리던 풍경을 떠올리면 그런 연상이 아주 터무니없다고만 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골목을 물들이는 건 붉은 등만은 아니다. 처마 아래 묵묵히 걸린 흰색 등, 시로초칭(白提灯)도 교토의 밤에 담백한 결을 더한다. 흰 등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하고 담백하다. 괜히 튀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시선을 붙잡지 않는다. 상호를 적은 먹글씨 하나만으로도 가게의 결이 살아난다. 요란함을 경계하는 요리집이나 오래된 공방에서는 흰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간혹 노란 등, 남색 등, 검은 등도 눈에 띄지만, 교토의 밤 풍경을 결정짓는 건 붉음과 흰색의 대비다. 골목을 지나며 붉음과 흰색이 나란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사람을 맞으며 자신만의 밤을 이어왔는지 문득 실감한다. 화려한 네온 대신, 작은 등 하나로도 환대가 충분하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그 불빛 아래를 걷다 보면, 이미 취기가 올랐음에도 ‘한 잔 더!’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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