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남긴 길

by 도간


교토의 공기 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향이 흐른다. 길가의 작은 화분에서 피어나는 꽃내음, 초록 이끼와 흙냄새,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배어나오는 묵은 냄새, 그리고 향 가게에서 스며 나오는 스틱 향까지, 서로 뒤섞여 골목을 맴돈다.

어느 하나를 뚜렷이 집어낼 수는 없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공기 사이를 희미하게 떠다닌다. 향을 느끼며 걷다 보면 마음도 느긋해진다. 향 가게 앞을 지나는 데, 희미하던 기운이 갑자기 훅 끼쳐왔다가 이내 흩어진다. 그러나 여운은 오래 남아 골목 어딘가를 맴돈다.


향은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향나무의 잔향과 비에 젖은 풀과 이끼 냄새, 다카세가와(高瀬川)의 옅은 물 내음, 오래된 목조 건물에 배어든 시간의 냄새가 겹쳐지며 거리의 공기 속에 스민다. 어느 것도 도드라지지 않은 채 골목을 떠돈다. 향을 느끼며 걷는 동안 마음은 서두르지 않고 느슨하게 흘러가고, 오래된 기와에 낀 이끼나 담벼락에 짙게 드리운 나무 그림자, 모퉁이 화분의 작은 생기에 눈길이 머문다.



골목마다 스며 있는 향은 쇼에이도(松栄堂 京都本店)나 교쿄도(鳩居堂 京都本店) 같은 수많은 향 가게들이 만들어낸 공기와 맞닿아 있다. 가게마다 수십 종, 많게는 백여 종이 넘는 향을 다루면서 각기 다른 조합의 향이 거리로 번져 나온다. 우드 계열의 묵직한 향부터 꽃과 허브의 가벼운 향, 전통적인 백단향과 침향까지 결이 다양하다. 같은 길을 여러 번 걸어도 스치는 향은 매번 다른 결로 다가온다.



코끝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골목을 흐르는 향을 느끼며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풍경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가옥의 황갈색 흙담과 담장에 뚫린 작은 숨구멍, 정원 한쪽에 놓인 돌확과 디딤돌 같은 것들. 향은 걸음을 늦추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소소한 풍경까지 끌어들인다. 마음속에 아늑한 길 하나가 놓인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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