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의 낮은 처마선 위,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작은 인물상이 칼을 쥔 채 긴 수염을 흩날리고 있다. 골목을 걷다 우연히 시선이 닿아야만 발견할 수 있는 자리다. 기와 색과 비슷해 얼핏 용머리 같은 지붕 장식처럼 보이지만, 한 번 눈에 담고 나면 묘하게 존재감이 남는다. 관우를 닮았지만 관우는 아니고, 도깨비 같지만 도깨비도 아니다. 집을 지키기 위해 지붕 위에 오른 작은 신, 쇼키(鍾馗)다.
머리에는 투구 대신 관모를 얹고, 갑옷이 아닌 긴 장포를 입었다. 전장을 누비는 무장이 아니라 글 읽는 관인의 차림이다. 넓은 소매는 바람을 머금은 듯 퍼지며 기와의 곡선을 따라 흐르고, 허리에는 띠를 묶은 채 한 손에만 칼을 든다. 날을 세워 위압하기보다, 결의로 막아서는 형상이다.
바람과 비를 견디며 높은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는 쇼키의 표정에는 위엄이 깃들어 있다. 이 집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교토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쇼키를 눈에 보이지 않는 불길함을 막아주는 수호자로 받아들여 왔다.
문득 오키나와에서 본 시사(Shisa)가 떠오른다. 모래 빛 지붕 위에서 해풍을 맞으며 나쁜 기운을 쫓던 사자 형상이다. 교토의 쇼키와 겹쳐 보이지만, 둘의 결은 조금 다르다. 쇼키는 중국 전설에서 역병을 물리친 존재로 전해지듯, 칼을 쥐고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디딘 채 불길함을 정면에서 막아선다. 안으로 들일 것과 물릴 것을 분별하는 표정이다. 반면 시사는 입을 벌린 한 마리와 다문 한 마리가 짝을 이루어 서 있기도 한다. 벌린 쪽은 나쁜 기운을 내쫓고, 다문 쪽은 들어온 복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둔다. 막아내는 힘이 아니라, 들이고 내보내는 흐름을 조절하는 파수꾼이다.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문화가 만들어낸 두 수호신은 사람들이 삶의 불안을 다독여 온 방식이 빚어낸 표정들이다. 교토의 쇼키가 도시의 지붕 위에서 칼을 세우고, 오키나와의 시사는 남쪽 바람을 맞으며 짝을 이루어 서 있다. 그 장면이 주는 안정감은 지금도 이어지는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