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 가면, 규슈·후쿠오카 지역의 전통 공예품과 일용품, 의류, 신발, 장난감, 그릇까지 폭넓게 갖춘 셀렉트숍 ‘우나기노 네도코(うなぎの寝床)’를 만날 수 있다. 지역의 소재와 기술로 만든 물건들에 더해 일본 각지 장인이 만든 공예품도 자리하고 있다.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면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오는 전통의 재발견이 이어진다. 가게 이름은 ‘장어의 잠자리’라는 뜻이다.
교토 마치야의 좁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복도처럼 길게 뻗은 장마루가 집의 속살을 가르며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운다. 사람의 발걸음을 안내하는 길은, 좁고 긴 집이 왜 ‘장어의 잠자리’라 불려 왔는지를 말없이 드러낸다. 길은 언제나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장마루는 종종 한 번 방향을 틀어 다시 이어지고, 작은 꺾임 앞에서 시선은 잠시 머물고 걸음은 느려진다. 머무르기보다는 지나가기 위해 마련된 길이지만, 집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감각이 스며든다.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 학교 복도가 마룻바닥이던 때가 떠오른다. 긴 복도를 뛰다 혼나기도 했고, 학교 마루에 광을 내겠다며 참기름이나 초를 문질러 바르던 기억도 있다. 마루를 반질하게 만들기 위해 낸 윤기였지만, 수많은 발걸음이 더해져야 비로소 윤기가 자리를 잡았다. 장마루도 마찬가지다. 닦고 관리한 흔적 위에 사람의 왕래가 겹치며, 걷기 위한 길로서의 성질이 서서히 굳어진다.
다다미방(座敷)의 얇은 나무 격자 틀에 반투명한 종이를 붙인 문 쇼지(障子)를 밀자 엔가와(縁側), 이른바 툇마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실내도 아니고 완전히 바깥도 아닌 경계의 마루는, 처마 아래서 햇살을 한 줌 가득 받으며 정원의 초록을 끌어당긴다. 장마루가 걷기 위한 마루라면, 툇마루는 앉기 위한 마루다.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잠시 머물러 바람과 빛을 받아들이는 자리. 일본 영화에서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맥주를 기울이던 곳이 툇마루였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장마루와 툇마루는 각기 다른 박자로 작 소리를 낸다. 누군가는 오래된 마루가 삐걱대는 소리를 도둑이나 닌자를 감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한다.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교토 니조성(二条城)의 울새 마루(ウグイス張り)는 금속 장식을 일부러 느슨하게 설치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짹짹’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를 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보안 장치는 어디까지나 성이나 무사 저택 같은 특수한 공간에 한정된다. 일상의 민가에서 들리는 마루 소리를 그렇게까지 기능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마루 소리는 장치를 위한 신호가 아니다. 장마루를 걸을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단단함과 약간의 쿠션, 습기를 머금은 계절에는 조금 더 쉽게 들썩이는 반응, 그에 따라 이어지는 미세한 ‘끼익’ 소리. 경계나 경보라기보다, 사람이 지나가고 있음을 집이 알아차리는 소리다. 반면 툇마루는 햇살을 머금은 채 조용히 긴장을 유지하며, 앉아 있는 사람의 무게를 받아낸다.
정원 바람이 스치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넓고 납작한 디딤돌에 발을 디딘다. 장마루가 집 안을 관통하며 사람을 이동시키는 선이라면, 툇마루는 움직임을 잠시 멈추게 하는 면이다. 실내도 바깥도 아닌 경계에 앉아, 사람들의 걸음과 머무름을 어떻게 나누어 받아왔는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