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도시, 특히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거리를 걷다 보면 스티커 풍경은 낯설지 않다. 도쿄 시부야와 캣 스트리트 뒷골목의 담벼락과 구조물에는 스티커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색이 바래고 가장자리가 찢어진 스티커들이 겹겹이 이어져 있다. 그렇게 쌓인 흔적은 도시의 일부처럼 자리 잡았다.
도시 골목의 담벼락과 가로등, 벤치, 변압기 등에는 스티커들이 하나둘 붙어 있다. 개인 공간이든 공공시설이든 가리지 않는다. 걷다 보면 그런 모습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익숙한 도시 풍경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풍경은 교토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오래된 신사나 사찰의 구조물과 건축물에서 발견하는 스티커들은 괜히 눈길을 끈다. 만화 속 캐릭터처럼 통통 튀는 모양과 대담한 색감, 둥글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버블 스타일(Bubble style)의 글씨체, 버블 레터(Bubble letters)로 쓰인 글자들까지. 낡고 색 바랜 구조물 위에 얹힌 원색의 스티커들은 이질적이면서도 의외로 어울린다. 마치 낙서가 허용된 공간이나, 다리 난간을 사랑의 자물쇠로 빼곡히 채운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도발적인 기운도 느껴진다. 오래된 시간 위에 동시대의 기운이 살짝 묻은 흔적이다.
스티커 하나하나는 별다른 의미 없이 붙었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음악 밴드나 서브컬처, 팬덤의 마크처럼 자신의 취향이나 소속을 드러내는 성격이 강하다. 어떤 스티커는 ‘나 여기 다녀갔다’는 식의 가벼운 표식이 되기도 한다. 손쉬운 표현 수단이라는 점에서 스티커는 그라피티처럼 큰 결심이나 도전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누구나 언제든 슬쩍 끼어들 수 있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공공 시설물의 표면 위에 남겨진 작은 흔적이 시간과 세대를 잇는 다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된 건축물 위의 원색적인 스티커들은 발랄하게 끼어든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간의 질서를 무시한 듯 무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의 층이 켜켜이 쌓인 교토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어긋남 덕분에 도시는 멈춰 있는 유산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사용되고 소비되는 현재형 공간임을 느끼게 한다. 보존과 침입 사이에서 스티커는 도시가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작고 성가신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