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에서 뭐 먹었어?
예고도 없이 떠밀리듯 참가하게 된 전시회가 우여곡절 끝에 끝나고 모두 모여 신오사카역 지하의 선술집에서 회식을 했다. 일본어 듣기에 집중하느라 귀도 피곤하고 하루 종일 서있느라 다리도 내 다리 같지 않았는데 생맥주를 한잔 마시니 온몸이 다 풀어진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시켜주는 것들을 먹고 있었는데 점원이 타코야끼라면서 내어주는 것의 크기가 심상치 않다. 아예 타코야끼 전용 팬과 재료를 가져다주며 셀프로 구워 먹으라는 것. 타코야끼 본고장의 비범함에 한바탕 웃었다. 옆에 앉은 오사카 영업소의 이오씨가 뭘 더 마시겠냐고 묻기에 메뉴판을 잠깐 보다가 문맹인 나는 아는 게 츄하이와 하이볼 밖에 없어서 하이볼을 달라했다. 그랬더니 종류를 묻는다. 아는 게 가장 대중적인 산토리의 가쿠(角) 위스키 밖에 없어서 "그럼 가쿠로 주세요"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모처럼인데 비싼 거로 마시란다. 나는 그때 하쿠슈를 처음 알게 되었다. 초록빛 전용잔에 얼음과 함께 담겨 차가운 냉기를 머금은 그 영롱한 자태란! 한입 머금고 삼키니 끝 맛에 은은한 풀내음을 맡은 것 같다. 산뜻하고 향이 좋다. 이거 정말 좋은데요! 하니 이오씨, 그치? 하면서 호탕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