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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정 CindyKim Jun 27. 2022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홍콩의 점보 레스토랑

Jumbo Seafood Restaurant  (珍宝海鲜舫)


"홍콩의 점보 레스토랑? 수상 식당? 그게 뭐야?"

홍콩 여행 경험이 없어 식당에 와보지 못한 사람들도, 주성치의 영화 '식신'의 요리 대결 장면을 촬영한 곳이 점보 레스토랑이었다고 하면 그제사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처음 홍콩에 온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거대한 플로팅 식당, 점보 레스토랑(Jumbo Seafood Restaurant 珍宝海鲜舫).

점보 레스토랑이 처음부터 이렇게 큰 규모를 갖춘 해산물 요릿집은 아니었다. 

1920년대 생업을 위해 어부들이 배 위에 작은 식당을 열었고, 여기에서 결혼식도 하고 각종 모임을 하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다가, 세계 2차 세계 대전 후 홍콩의 경제가 회복하면서, 1950년에 기존의 레스토랑을 통합한 타이박(太白) 수상식당과 호이콕(海角)이라는 해상 음식점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 두 곳이 영업이 잘 되게 되자, 몇몇 소상인들이 돈을 모아 더 큰 식당을 여는데, 이게 바로 점보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완공 단계에 이르러 4급 대형 화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지금은 퇴역해 사이완호 공원에 전시돼 있는 알렉산더 그랜덤호가 이 화재를 진압하기에 이르렀다.  배 전체가 전소되고 34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였다.



이를 재건한 인물이 바로 카지노의 왕 '스탠리 호'와 현재 홍콩의 랜드마크가 된 K11과 주대복의 소유주인 '청유통'이다.  한화로 약 46억이 투자된 점보 레스토랑은 1976년 착공되어 2년 후 완성되었다.

점보 식당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고, 타이박과 호이콕도 점보 레스토랑이 인수해 하루에 수십만 홍콩달러를 벌어 들이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사실 요리가 맛있지는 않았지만, 500여 명의 직원들이 서빙을 하는 이 식당의 내부는 명나라 궁전을 본떠 만들었기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 점보 레스토랑에 승선하면 별천지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별주부전의 거북이처럼 용궁에 온 기분이라고나 할까.

2층의 벽화 역시 동서양의 조화를 보여주는 화려한 그림으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서 톰 크루즈,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한 해외 스타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명성을 유지했으나, 이후 점보 레스토랑이 주변의 요트 클럽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교통이 불편해졌고 운치 있게 실어다 주던 나룻배가 전동배로 바뀌면서 매력이 줄어들었다. 

현지인들은 찾지 않고 관광객들이나 들리는 비싼 관광지로 전락했다고나 할까.

2019년부터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점보 레스토랑의 영업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쳐, 결국 2020년 3월에 문을 닫게 되었는데, 플로팅 식당이다 보니 유지 보수를 위해 적자가 누적되어, 약 1억 홍콩달러(약 164억 원)로 추산되는 손실을 입었다.



홍콩보다 저렴한 정박지를 향해 6월 14일 한국 선적 선박 '재원 9호'에 의해 예인 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향하던 점보 레스토랑은 악천후를 만나 침몰되었다.

수심이 1,000미터여서 끌어올릴 수도 없고 예전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도 없다는 뉴스에 모두들 경악했다.

나의 고향은 아니지만, 어쩐지 내 시골집이 수장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최근에는  재원 9호가 지난해 12월에도 홍콩 선적 선박인 '동지 2호'를 홍콩에서 한국으로 예인 하다가 줄이 끊겨 해당 선박을 좌초시키면서, 결국 전손 처리되었던 전력이 있기에, 이번에도 보험금을 노린 의도적인 침몰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결과는 역사가 심판하지 않을까.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처가 어디 홍콩의 점보 레스토랑뿐이랴.

전 세계 여러 명소와 산업군에 타격을 주었고, 아직도 불황 속에 모두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어날 것이다.

과거의 역사가 증거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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