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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젤라 Sep 06. 2021

나를 찾아 떠난 여행, 러시아

1. 블라디보스톡 들어가기

 영화 ' The last words'를 본 후, 지구본을 돌려 찍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원래 가고 싶기도 했고 다행히 러시아가 당첨되었다. 러시아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이다. 그것은 더 나이들기 전에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수행해야 하는 일명 나만의 '버킷리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막상 40대 후반에 여자 혼자 러시아로 여행을 가려니 가장 먼저 밀려오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이런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니 러시아, 마피아, 스킨헤드 등의 단어들이 연상되면서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그래서 '여자 혼자 러시아여행'을 폭풍검색해봤다. 의외로 많은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용기있는 여자들이 참으로 많구나!'

세상천지 이 겁보가 감히, 마치 죽으러 가는 것마냥, 여행을 앞두고 설렘보다 그 두려움은 더 증폭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검색'이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혹자는 용기를  내라라고 한다. 하지만 두려움이란 감정은 존재였고 용기는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이다. 사실 맨땅에 헤딩하는 현실에서 용기는 허상이기 쉽고 두려움의 정체는 무지함이다.

내 손에 무어라도 있어야 용기가 나는 법,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보력, 그것을 위한 검색이었다.

   D day!

 출국이다. 막상 두려움이 현실이 되니 두려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얄짤없는 시간의 진행속에 나를 둔다.

 2시간 반을 날아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기다린다. 한국어 표시판이 반가움과 동시에 저기를 벗어나면 '진짜 시작이다'하는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탐험가의 감정이 든다.

 늘 시작이라는 것은 문을 여는 것이다.

막상 문을 열고 나와 보니 이거 왠걸?! , 좀 전까지만 해도 정체모를 나를 엄습하던 두려움이 찰나의 감정으로 스쳐지나가고 예상한 대로, 검색에서 본대로 펼쳐지는 그림에 안도감과 함께 그제서야 여행이라는 설렘과 기대감이 생겨난다.

일단은 이 편의점 바로 앞에서 유심을 사고 친절히도 직원이 갈아끼워 주고 영어도 잘 통하고 좋았다.

 여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나라는 인간이 완전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는가에 대해 스스로를 테스트해 봄으로써 살아있다는 동물적 감각을 깨워 일으키는 듯한 느낌이다.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장면과 상황을 인식하고 안식처를 찾고 이동하며 사람들을 살피며, 새로운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감상하기도 하고 때론 그들과의 소통에서 주는 희열감을 보탠다.

공항 철도를 타기 위해 노란색 간판아래 또 다른 문을 통과해야 한다.

공항 철도 기차는 정해진 시각에만 운행함으로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

검색에서는 오후 1시 15분 다음 몇시간을 기다려야만 해서 혹시나 못 탈까봐 맘 졸였는데 다행히 2시 9분거도 생겨나 맘 편히 기차를 기다렸다.

공항철도역. 바로 옆 블라디보스톡역.

 공항철도역에서 나와서 지금부터 또 시작이다. 다시 말해 또 다른 도전이다. 바로 옆 블라디보스톡역이 위치해 있어 우리로 치면 부산역, 여기서 낼 모레 바이칼호수를 보러 이르쿠츠크까지 갈거다. 즉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한바퀴 둘러 볼 여유도 없이 여행은 항상 짐이라는 트렁크가 따라 붙는다. 이 아이를 호텔까지 옮기고 나서야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고 봐야 옳다.

이르쿠츠크까지 이동을 위해 호텔은 역 근처로 정했다. 여행에서 호텔 및 숙소를 정할 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선택의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동행에서는 이런 게 맞지 않아 서로 눈치보며 때론 말하자니 관계가 어색해 질까 맘에 안들어도 참아야 한다.

혼자라고 해서 꼭 게스트 하우스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물론 게스트 하우스의 장점은 있다. 싸고 사람들을 훨씬 편하게 만날 수 있다. 게스트 하우스의 또 다른 장점은 사람들이 쉽게 말을 건다. 왜냐하면 공용 주방을 쓰기 때문이다.

요즘은 호텔이라 해도 이런 게스트 하우스의 장점을 잘 살린 곳도 많다.

난 무엇보다 개인적인 침실 공간을 원했고 무엇보다 우선 순위가 위치(Location)였다.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사실 낯선 환경에서 택시를 타는 것도 도전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많이 걷게 된다.

 여행도 사람의 스타일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해도 막상 두려운 게 여행이니 무조건 계획된 대로 움직여야 하는 안정 추구형과 그와는 정반대로 상황에 자신을 던지는 프리 스타일이 있다.

이 역시도 여행을 해 봐야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다.

난 어떤 스타일인가?

피곤하지만 난 내가 상황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설계도면이 필요하듯이 여행도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낮에 도착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 중에서도 택시가 도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택시 운전자가 그 나라 수준의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무엇보다 택시요금에 있어 바가지이다. 외국인은 잘 모르니까 속여 먹기 딱 좋은 상대이다. 그들의 마음속에 유혹이 싹트는 것은 이해한다해도 여성 혼자는 안전에 대한 위험도 함께 도사린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IT가 꼼짝마라이다. 일단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막심! 막심!하면서 택시 운전자들이 역근처에는 항상 접근한다. 난 러시아 택시 앱중에서 Yandex를 주로 사용했다. 택시를 부르기 전 요금과 함께 이동시 택시 운전자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도상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단 택시가 내가 있는 장소를 잘 못 찾아 시간이 지체되었는데 그 지체 비용까지 자동으로 청구된다.

그래도 한국에서의 택시요금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믿고 사용해도 될 만하다.

이렇게 현지에서 이동수단이 숙지되는 순간, 여행은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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