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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 Jun 16. 2021

동틀녘, 샛별의 속삭임


5초만!!
사진에 집중해 보시고
글을 읽어 주시겠어요? 


출처 : 계양산에서 바라본 샛별 그리고 여명 / 내사진


위 사진은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다른분의 눈에도 보이는 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은 원래 샛별입니다. (샛별은 새벽에 뜨는 금성을 말합니다.) 어쩌면 주인공이라는 말보다 찍을때의 의도는 샛별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는게 맞겠네요.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른새벽, 계양산을 오르다 샛별이 보이는 것이 기뻐 반가운 마음을 담았습니다.


헌데 찍고보니 샛별보다 여명(희미하게 밝아오는 빛)과 야경이 더 그럴듯하게 찍힌거죠.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게 담겼어요. 


의도치 않게 동틀녘의 아름다움을 봤어요.


순천만의 일몰


비슷한 경험 있으시죠?


동틀녘 일출이나 해질녘 일몰 또는 멋진 풍경을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면 눈에 보이는대로 담아지지 않는 경우 말이에요.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담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되더군요. 그게 내 손가락이 문제인지, 기술의 문제인지. 아님 하나님께서 주신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카메라 라는 필터를 걸친 것의 차이인지. 말이에요.


어떨땐 실물보다 보기좋게 나오기도 하고 다른땐 실제보다 감동을 담지 못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럴땐 찍는 것을 포기하고 가슴에만 담아요.




우리네 삶과도 비슷하지 않나요?


하는 일들이 나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게 말이에요.

원인을 따져보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래요.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전혀 진행이 안될 때도 있고요.


그건 아마,

실력 부족일 수도 있겠고, 의지나 열정의 모자람 또는 운이 없어서 일수도 있을 거에요.




여하튼.

다시 돌아가서


처음 찍을때의 의도는 샛별을 담고 싶었는데 의도치 않게 찍고보니 샛별보다는 여명과 야경이 더 먼저, 훨씬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요. 그러고선 '아 맞다! 샛별도 있었지!' 하고 생각하죠. 때론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은 나조차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겠죠.


그런의미에서 보자면

저 사진은 실패작이죠.


의도와 다르게 찍혔으니까요.


그런데요.

전 저 사진이 좋아요. 멋진 동틀녘 사진이에요.




샛별의 기분은 어떨까요?

비참? 초라? 서운? 아니면 화가 날까요?


저는요.

샛별이 흐믓하게 웃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보람을 느낄거라고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고

사진속 샛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그가 있었기에 여명과 야경의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그것이 샛별의 역할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동이 트는 아침을 끝까지 지켜낸 샛별!!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때로 돌아간듯 하네요.


추운새벽 동틀녘,

초롱초롱 샛별의 속삭임에 카메라를 꺼내 여명과 야경의 빛을 찾은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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