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신다면 10년 뒤 당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 것 같으시나요?
면접 중에 입사 후 10년 뒤 나의 모습을 물어볼 때가 있으시죠? 저 역시 면접관으로 참여를 했을 때 그런 질문을 종종 했었는데요. 저의 경우, 질문을 하는 의도는 세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지원자의 인생관을 알고 싶었습니다. 꿈이 있는지?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는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자기 계발을 하는지 말입니다.
둘째는 얼마나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는가?'입니다. 그냥 한번 면접을 보러 온 것인지? 정말 입사할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 것인가?를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면접 준비를 얼마나 했는가?'입니다.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지원자의 답변에 대한 신뢰도를 체크하기도 하고요. 실제 입사 후 적응 여부를 예상하기도 합니다.
의례 것 하는 질문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많은 의도가 있었냐고요?
그럼요! 명심하셔야 합니다. 면접장소에서는 말은 물론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것까지 의식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면접관에게 의미 없는 질문과 쓸데없는 관심은 없거든요.
그렇다면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경우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죄송하지만, 솔직히 정답은 없습니다. 아니 제가 모른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겠죠. 왜냐하면 면접관마다 질문의 의도가 다르고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거든요.
그렇지만 저의 경우를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해주세요. 도움이 되실 겁니다.
오버하지 마세요.
"제10년 뒤의 모습은 5년 안에 설계팀의 업무를 마스터하여, 업계 최고의 설계팀을 구축한 뒤 10년 뒤에는 ㅇㅇ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위와 같이 당차고 자신감 있게 답변을 해주십니다. 간혹 자신 없게 "주신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하시는 분들이 있기는 해도 대부분은 위와 같이 호기롭게 대답을 하죠.
그렇게 자신감 있게 대답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런 대답을 하는 지원자에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왠지 생각 없이 대답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입사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소기업에서 신입에게 기대하는 능력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손꼽히는 인재라고 하더라도 막상 회사에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무직은 물론 기술직도 말이죠. 그렇기에 너무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입으로 일을 하려는 지원자를 가려내고자 합니다.
신입이면 신입, 2년 차면 2년 차에 맞는 일을 원활히 수행할 사람을 채용하고자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내가 이런 일 하려고 입사한 게 아닌데...'라며 말이죠.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입사한 신입도, 함께 다니는 기존 직원들도, 채용을 진행한 면접관도 함께 곤욕입니다.
신입사원에게 과장이나 부장 자리를 주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권오현 회장님의 '초격차' 책에 보면 다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대학 강연에서 한 학생이 질문을 합니다.
"회장님처럼 CEO가 되고 싶은데 앞으로 진로를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경영대학으로 가서 MBA를 전공해야 할까요?"
이때 권오현 회장님이 대답합니다.
"만약에 학생의 집안에 가업이 있어서 당장 부모의 대를 이어 경영을 해야 한다면 MBA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학생의 경우는 어떤 회사든 신입사원으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특정부서에 배치되어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몇 년을 일해야 할 것입니다.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바로 그 회사에 과장이나 부장으로 임명되나요? 지금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본인의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전공의 핵심 역량을 기르란 말입니다. 학생이 경영학 MBA 과정을 이수했다고 해서 신입사원에게 과장이나 부장 자리를 주지 않습니다." 장남을 안 낳고 차남을 먼저 낳는 방법은 없습니다.
<초격차_쌤앤파커스_권오현_274~278P 중에서>
물론 개인적으로 꿈은 높고 크게 가져야 합니다. 또한 자신감과 자존감도 가득해야 하고요. 하지만 권오현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은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그 관련된 지식 및 기술을 극대화시켜 나에게 지금 필요한 핵심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임원이 되던지, 개인사업을 차리던지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면접관이 듣고 싶은 대답은 아니거든요. 그렇기에 이처럼 처음부터 이 회사에 사장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번 채용에서 회사가 뽑고자 하는 직무, 직급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해당 업무, 주어질 일에 대해 필요한 능력 등을 어필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회사의 기구설계 신입을 뽑는 자리에서 10년 뒤 본인의 모습을 말씀해 주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앞에서처럼
"제10년 뒤의 모습은 5년 안에 설계팀의 업무를 마스터하여, 업계 최고의 설계팀을 구축한 뒤 10년 뒤에는 ㅇㅇ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대답한 것보다
"저는 앞으로 일 년 동안은 신입으로서 성실히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회사의 분위기와 기술, 설계 노하우를 습득하고 향후 2~3년 동안은 그렇게 배운 것들을 연마하고 다지는데 노력하겠습니다. 3년 차가 되었을 때는 꼼꼼한 저의 성격을 바탕으로 실무자로서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신입들을 가르치는 사수의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6년 차 이후부터는 ㅇㅇ회사의 향후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중간관리자가 되어있을 텐데요. 설계 기술과 향후 예상되는 업계 변화에 대비하여 기술 혁신과 원가절감을 위하여 역할을 다해야 하는 만큼 제가 만약 입사를 한다면 입사한 후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학습을 하며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다면 어떨까요?
중소기업일지라도 사원부터 시작해서 임원까지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부장이나 임원이 퇴사를 하면 사내에서 진급보다는 외부에서 채용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렇기에 입사를 할 때 큰 포부를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시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라는 점 그리고 성실함과 꾸준함을 장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중소기업 채용은 최고의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닌 적합도가 높은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내가 잘났다', '최고의 인재다'라는 식의 표현보다는 '그 자리에 내가 딱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 '난 성장 가능성이 많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