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Plaza Baku, Azerbaijan
2007년, 베트남 사업 초고층 프로젝트 취소로 중앙아시아와 유럽과 중동 경계에 있으며 남쪽으로 이란, 서쪽으로는 아르메니아, 북쪽으로는 조지아, 동쪽에는 카스피해와 접해 있는 이슬람국가인 아제르바이잔으로 바로 발령을 받고 짐을 쌌다.
카스피해에 면해 있는 나라로 유전개발이 주요 산업인 나라로 개방정책에 의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는 무렵이었다. Park Plaza Azerbaijan, 이 프로젝트 역시 고위 권력층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저렴하게 토지를 공급받아 한국형 고급 주상복합건물을 분양하여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의 사업이었다.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은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다 보니 각종 규정이나 법규등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을 연결해 준 에이젼시가 상대 국가 측과의 불편한 관계로 변하면서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 무렵 현장 인접한 건물에 영국 BBC 아제르바이잔 지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공사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며칠 동안 준비를 한끝에 현장소장과 아주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그 결과 BBC방송 인터뷰와 함께 Very Good Company라는 호평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불모의 나라, 불의 나라라고 불리는 아제르바이잔에서 고려인들이 먹는 양배추로 만든 김치를 먹고 배추 사러 우즈베키스탄까지 달려갔으며, 여가를 즐기기 위해 골프장을 찾아 그 나라 전국을 뒤졌던 일, 캐비어가 흔해서 고급 식재료인지도 모르고 그냥 콩장 먹듯이 숟가락으로 퍼 먹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현지 채용 엔지니어들 중 티르키에(Turkey) 출신인 Mr. Hakan Salam이란 청년이 있었는데 미국 유학생 출신이라 유창한 영어 실력과 훤칠하고 느끼한 외모, 그리고 친절한 매너, 나보다 5살 정도 어렸는데 참 좋았던 추억이다. 내가 철수 후에도 한동안 중동 등 해외 프로젝트에 나를 Technical Engineer로 스카우트하려고 여러 번 제안도 있었지만 더 이상의 해외근무가 하기 싫어서 사양했는데 최근에는 face book에서만 근황을 알고 지낸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5층, 지상 45층의 주상복합건물로 지하 흙막이 CIP 공사까지 완료 후 사업 중단 결정으로 철수하였다. 그 당시 건축사업부 현장 조직은 김태*현장소장, 공무 조한*차장, 설계 김택*차장, 기술 김영*차장, 공사 최준*차장, 설비 성기*부장, 전기 김영*차장, 그리고 관리과장이 있었는데 한결같이 해외공사 베테랑들이었다.
또 현지에서 채용한 Foreman(반장)이 있었는데 그분은 내가 현장에서 이것저것 지시를 하거나 물어보면 늘 하는 말이 있었다. “미스터 킴, 뿌라블럼 노우”
어느 날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200미터 정면에서 15층 높이의 건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걸 목격했다. 외벽이 빨간색으로 마감된 건물이었는데 눈앞에서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붕괴되고 있었다. 잠시 후 요란한 소방차와 앰뷸런스 소리, 그리고 정부 관계자의 요청으로 원인파악 차 우리 기술자들도 붕괴현장에 가게 되었다.
내 눈으로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사고원인을 나름대로 파악해 보니 말 그대로 부실시공이었다.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인데 철근도 상식 이하의 규격과 수량이었으며 골재는 엉망이었다. 구 소련시절에 주먹구구식으로 지은 건물이었다.
이 사건 이후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모든 고층건물에 대한 설계를 다시 체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Park Plaza 역시 상당한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BBC 방송사 인터뷰 및 공무원들의 현장점검이나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공사가 중단되어 일단 현장 시공팀은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난 또 쫓기듯 귀국하게 되었다. 불운의 연속이었다.
걸림돌 없이 쉽게 쉽게 진행되는가 하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부족했고 섣불리 장미빛만 보고 달려간 폐해였다.
해외공사가 마치 노다지라도 건지는 양 들떠 있던 모두에게 던지는 폭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