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gon Tower Ho Chi Minh, Vietnam
2005년 하반기에 건축사업본부는 본격적인 해외 프로젝트 및 초고층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하여 초고층 공사팀과 초고층 기술팀을 신설하였다. 최용*팀장(훗날 여의도국제금융센터 현장소장, 잠실 롯데슈퍼타워 현장소장), 박동*팀장(훗날 GS건설 기술본부장)이 맡았고, 북경타워 준공 후 임원이 된 박홍*서상무가 총괄하였다.
설계전문가부터 건축구조전문가, 콘크리트 전문가, 공무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건축. 전기. 설비. 통신분야의 사내에서 영어가 뒷받침되고 해외 건축공사 경험이 있는 직원을 우선으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였고, 일부는 타사(삼성건설, 쌍용건설) 경력직원을 채용하여 조직을 갖추고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역할을 하는 사업본부장 직할부서로 출발했다.
나는 2005년 말 북경타워 준공 후 오피스빌딩 전문가 및 해외공사 유경험자로 선발되어 초고층 공사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기술협의 및 프로젝트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초고층에 대한 요소기술과 건설기술을 학습하였고 국내외에서 발주하는 초고층 프로젝트의 기술제안과 시공계획서를 작성하며 자체 기술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그 당시 회사는 베트남 호찌민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자체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내가 프로젝트에 초기 추진 조직으로 선발되어 2006년 3월에 두 번째 나라의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장근무를 시작했다.
베트남 파견 발령이 나기 전에 다행히 본사에서 베트남 프로젝트 파견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7시부터 1시간씩 베트남어 교육을 진행하였는데 북경에서 중국어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익힌 탓에 동남아 지역은 대부분 한자문화라 중국어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중국어가 4성 성조인데 반해 베트남어는 6성 성조로 정말 배우기가 어려웠다.
베트남 현지에서의 적응기간 동안 인사나 간단한 대화, 생존에 필요한 대화 외에는 쉽지 않았다. 영어도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생소했다. 어학공부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역사, 사회문화, 그리고 베트남 전쟁 이후 사회주의 국가로서 발전하고 있는 특성등을 알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먼저 파견 와 있던 동료 직원들의 도움과 현지 채용 엔지니어들과의 살을 비비는 시간들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베트남인이 되고 있었다.
Saigon Tower Vietnam 프로젝트는 호찌민 시내 센트럴공원부지에 그 당시 호찌민 최고층인 50층(연면적 193,530 m2)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로 고급형 레지던스와 호텔용도의 건물로 계획되었다. 당시 회사도 해보지 않았던 초고층건물로 초고층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준비할 만큼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신도시 개발 마스터플랜의 핵심이었다.
당시 회사는 미래 베트남의 성장을 예측하고 호찌민시내에서 공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해 주고 호찌민 시내 요지의 개발부지와, 냐베(Nha Be)라고 하는 메콩강에 접해 있는 100만 평의 부지를 공사비 대가로 받아 신도시를 건설하는 베트남 냐베 뉴타운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순차적인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단계였다.
회사에서는 베트남 지사와 별도로 베트남 사업 추진조직을 갖추고 본부장급으로 위상을 높여 토목, 개발, 주택, 건축사업본부에서 팀을 만들어 배치하고 스테프 조직인 공무, 구매, 인사까지 하나의 회사조직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그 당시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인 이영애 씨가 GS건설의 Xi 광고모델이었는데 호찌민 메콩강변에 엄청난 크기의 광고판을 통해 대한민국과 GS건설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전체 베트남 사업 참여 인원이 한국직원 50명, 현지직원 100명 정도 운영되었으니 실로 엄청난 사업이었다. 하지만 대개의 해외사업들이 사전 정보 부족과 현지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진행 중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거나 예측불가한 이슈들로 인해 당초 계획대비 계속 사업이 순연되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가 진행하고 있던 50층 초고층 프로젝트는 호찌민의 상징이었던 센트럴공원 부지를 외국기업에 공여한다는 특혜라는 여론이 일고 연일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정치적 상황 변화와 특혜 시비 등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인해 정부 고위층에서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서서히 사업이 순연되다가 결국은 사업부지 공여가 취소되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1년여간 준비했던 모든 노력과 수많은 협력사와의 약속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1년여 동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태국에 있는 건설업체나 자재 Supplier들, 그리고 인근 말레이시나, 싱가포르등의 유수한 Sub Contractor들과 진행했던 모든 비즈니스들을 중단하여야 했다.
베트남 현지 건설사와 진행했던 각종 초고층에 필요한 시공계획이나 인력동원계획, 레미콘 배처플랜트의 인프라 환경을 개선하고 고강도 콘크리트 생산을 위한 배합기술 확립등 필요한 인프라 구성 협업도 물거품이 되었다.
또한 초고층 공사에 필요한 모든 요소기술과 연약지반 어스앙카공법(Pack Anchor), 연약지반 대심도 현장타설말뚝(Bored Pile), 타워크레인(FEVCO), 콘크리트 고압펌프(Futsmaster), 고속리프트(Alimark), 시스템거푸집(Feri, Doka)등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한 각종 선진 장비업체들과의 협업을 한 번에 중단해야 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고, 그간 접촉했던 모든 분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베트남 호찌민 초고층 Saigon Tower Vietnam 프로젝트는 준비 완료 후 착공 직전에 사업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부지의 아파트 사업이나 나베 신도시 사업은 20년 동안 일부는 완료된 사업도 있고 신도시 사업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Saigon Tower 프로젝트를 비록 직접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으나 당시 건축사업본부의 최대 관심사였을 뿐만 아니라 초고층분야에 대한 새로운 출발이자 도약이라는 전사적인 목표였기에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본사에서는 초고층 공사팀과 초고층 기술팀에서 최우선으로 베트남 현지에 모든 기술분야를 지원하였고, 각 전공 분야별 최우수 인재를 선발하여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기술연구소의 모든 박사급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GS건설의 초고층시공에 대한 요소기술과 초고강도 콘크리트 기술등을 충분히 확보하게 되었다.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건설사업은 사람과의 관계만큼이나 중요한 게 또 있다. 바로 철저한 학습과 검증이다. 그 나라 국민들도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아마도 폐쇄적인 시절이 길었다 보니 그럴 것이다.
섣부른 시도로 인한 실패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