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폴리스스토리> (Police Story, 1985)
성룡은 최근 자신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며, ‘공산당에 가입하고 싶다’ 라는 의사를 내비치도 했으나 한국이 기억하는 성룡은 설 연휴를 책임지던 배우였음에 틀림없다. 홍콩 배우 성룡은 어떻게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설 연휴, 관객의 자리에서 성룡의 영화를 다시 들여다본다.
성룡은 격한 액션을 실제로 해낸다. 그렇기에 그 연기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 연기와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둘은 분명히 다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경우 서사 내 명확한 목표가 주어지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액션이 이용된다. 서사의 박진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로 액션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성룡의 영화들은 액션 그 자체가 중심 서사가 된다.
경찰인 가구(성룡 역)는 경찰서장의 명을 받아 조직회 두목인 주도(초원 역)을 체포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가구는 영화 속에서 악당을 혼내주는 정의의 사도와 다름없다. 직업 경찰으로서 법 안에 속해 있지만, 동시에 법 밖의 행동을 일삼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구의 이런 위치성이 두드러지는데, 그는 악인으로 하여금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응징하는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법 안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의 직업이 일종의 방어막으로 작용하면서 법 밖에 있는 행위가 용인된다. 법 바깥에서의 응징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신체적인 폭력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즉, 성룡의 <폴리스스토리>는 서사 다음 액션이 놓이는 것이 아니라 서사 전에 액션이 먼저 존재하며, 여기서 서사는 액션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일 뿐이다. 관객들에게 경찰인 가구가 주도를 체포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캐릭터의 옷을 입은 성룡이 어떤 액션을 보여줄 것인지에 집중하게 된다.
대부분 성룡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성룡의 아크로바틱적인 연기, 즉 그의 신체성을 통해 형성된다. 이러한 연기를 십분 살리는 편집의 리듬감 또한 한 몫 하는데, 때리고 맞는 행위를 즉각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액션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도 성룡은 영리한 면모가 돋보인다. <폴리스스토리>의 대표적인 장면인 판자촌 추격 신과 백화점 조명 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을 이용하여 스펙타클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버스 추격신과는 결을 달리 하는데, 우산만을 이용하여 달리는 버스에 올라타 버티는 성룡의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다시 말해, 관객의 예측을 뛰어 넘는 행동이다. 해당 장면의 쾌감은 상상해 본 적이 없는 행위를 영화에서 마주했을 때 느끼는 놀라움의 감정에서 비롯된다. 반면 앞서 언급한 판자촌과 백화점 신은 상상해 봄 직한 행위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제로 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관객들의 호기심 섞인 상상을 현실로 만든 액션은 사회악을 소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는 정당성과 결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폴리스스토리>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은 단순히 액션 신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액션을 보여주는 공간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며 다방면으로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이러한 액션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차곡차곡 모아 온 성룡은 이제 ‘성룡’이라는 배우 그 자체가 신뢰의 보증수표가 되었다. 어떤 영화이든 성룡이 등장한다면 통쾌한 액션 신 하나는 등장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비록 실패한 영화일지라도 성룡의 액션 하나는 건질 수 있다는 그 믿음마저 성룡의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의 추억의 일부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