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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Kids Jun 19. 2022

홍콩의 딸 매염방이 2021년에 재현되는 방식에 대하여

영화 <매염방> (Anita, 2021)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의 방식을 택한 영화는, 매염방의 어린 시절을 포함하여 그가 신인 대회에서 우승하며 데뷔하기 전까지의 시기를 묘사하는 데 있어 오직 세트장과 배우에게 의존한다. 즉, 우리가 보는 것은 ‘매염방’을 연기하는 왕단니이고, ‘1960년대 홍콩’이 아니라 그 시절처럼 꾸며 놓은 세트장이다. 하지만 매염방이 가수로 데뷔한 시기부터 영화의 양상은 조금 달라진다. 매염방의 데뷔 무대 푸티지가 삽입되면서 실제와 허구의 교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영화 <매염방>의 재현은 재현이 아닌 재연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실제와 허구가 분리되어 나타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매염방, 장국영, 그리고 그때의 홍콩 모습과 세트장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각자의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되면서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매염방과 장국영 캐릭터는 적절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화면 속을 각자 맴돈다. 그렇기 때문에 장국영의 장례식 장면에서 매염방의 감정선은 너무 격앙되어 있거나 너무 건조하다. (어쩌면 아직도 우리는 장국영을 '거리 두고' 바라 볼 수 없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세트장 안에 캐릭터가 갇혀 있다는 느낌은 단지 푸티지 영상과 세트장 연기 영상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것에서만 찾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영화 <매염방>의 배경 세트는 지나치게 크고, 지나치게 질서정연하다. 그 시대의 질감이 느껴지기엔 너무나 깔끔하다. 매염방이 주로 활동하던 시기, 홍콩이 가지고 있던 자신감과 동시에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막연했던 불안감이 생동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그 시절 홍콩이 충분히 그려지고 있지 않기에, 그 시절 매염방 역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매염방의 주변 인물, 특히 장국영을 묘사하는 데 있어 단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데뷔 초반 바에서 매염방이 노래를 부른 후 장국영이 뒤이어 노래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데뷔 초 어느 술집 무대에서 매염방은 손님들 중에 홍콩인, 중국인, 일본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동어, 만다린, 일본어로, 자유자재로 노래 부른다. 그 모습에 매료된 관객들을 뒤로 하고 장국영이 등장하자 매염방에게 보였던 관객들의 반응과는 상반된 관객들의 그것이 카메라에 잡힌다. 이는 당시 홍콩 연예계에서의 매염방과 장국영의 위치성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일 수도 있겠지만, 매염방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장국영을 희생시키는 연출로 보여지기도 한다. 또한, <연지구>를 촬영하는 장면에서 장국영 캐릭터에 매염방이 그리워하던 일본인 남자친구 이미지를 투영시킨다. 이러한 묘사는 장국영의 존재를 그저 ‘매염방이 어려울 때 함께 했던 친구’ 정도로 그치게 하고 있으며, 둘 사이에 있었던, 어쩌면 제3자가 알지 못하는 그들의 교류를 상상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렇게 세트장과 프레임에 갇혀 재연되고 있는 듯한 매염방은 그 시절을 함께 했던 홍콩 배우들의 얼굴을 경유하고 나서야 재현의 자리에 가까워진다. 웨딩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매염방의 푸티지로 시작해서, 다시 그 무대의 자리애 매염방을 연기하는 왕단니를 불러들이며 끝나는 영화의 엔딩신에서 매염방 캐릭터를 ‘매염방’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양천화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공연 관계자로 등장하는 양천화는 정말 짧게 등장한다. 극 중 에디로 나온 고천락과 매염방의 양아버지로 등장한 이자웅과 마찬가지로 매염방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우정출연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던 찰라에 마지막 무대에 오른 매염방 캐릭터를 바라보는 양천화의 얼굴이 스치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 찰라에 톡 건들이면 울 것만 같은 양천화의 눈과 얼굴은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배우 왕단니에게로 향하지 않는다. ‘홍콩의 큰 언니’이자 ‘홍콩의 딸’이었던 매염방은 비로소 그 얼굴을 거친 후에야 세트장에서 등장한다. 이때 매염방을 연기하는 왕단니 배우가 그녀를 얼만큼 닮았는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 시절 홍콩 연예계에서 짧지만 함께 했을(혹은 관객의 얼굴로 대변되는) 양천화의 얼굴을 경유하고 나서야 세트장에서 왕단니가 연기한 매염방과 푸티지 속 ‘매염방’은 하나가 되어 ‘석양지가’를 부른다. 그 시절의 홍콩과 매염방이 비로소 무대 앞에,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성취이자 한계는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6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을 관람한  썼습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에 있는 영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Written by 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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