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하면서 짐 줄이기 노동이 시작되었다.
뭔가 옮길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책이다. 부피대비 무게가 워낙 나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미련 때문에 끝까지 남는 것은 전공 책들과 사진 앨범이다.
60을 얼마 남지 않은 나이다 보니 사진도 싹 다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진이란 것이 요상해서, 수 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데 버리자니 아깝다. Personal history 가 고이 담겨 있는 사진들, 평상시에는 1초도 생각않지만 사진만 들여다 보면 마치 방아쇠를 당긴듯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아련한 기억들, 장소들, 친구들…
이것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지금껏 들고 있나 보다.
어쨌든 집사람과 의논하여 사진들을 스캔해놓고 버리기로 결정하였다. 무게와 부피가 꽤 나가는 여러 권의 책이 무게도 사이즈도 없는 클라우드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러 책에서 끄집어 낸 사진들은 모아 보니 운동화 상자 하나에 넉넉히 들어간다. 얼마 되지도 않네...?
사진을 다 뽑아낸 앨범을 들여다 보려니 빈자리가 아쉽고 애틋해 보인다. 이리 저리 순서 배열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했던 흔적들, 행여 언젠지 또어딘지 기억이 안 날까 메모했던 내용들…
세상을 떠나면 나의 빈 자리도 저리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