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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4. 2020

좋은 하루가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는다. CBS FM에 ‘그대와 여는 아침’이라는 음악방송을 듣는다. 방송에서는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라는 코너가 있고, 방송을 마칠 때도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라고 멘트를 하고 끝난다.                     


나는 ‘오늘 하루’라는 말에 남다른 감흥을 느낀다. 흔히들 말한다. 과거는 부도수표이고, 미래는 약속어음이다. 현재만이 현금이다. 내가 쓸 수 있는 확실한 내 것은 ‘오늘’뿐이다고.                     


내가 만약 10대였다면 살아갈 ‘오늘’이 너무 많아서 지겨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오십 중반이다. 몇 년 전에는 친한 친구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일을 겪었다. 어느 날 저녁에 잠들었던 사람이 심장마비로 아침에 보니 죽음을 맞이한 지인도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암에 걸려 죽음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을 맞이한다는 것에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왔다.        

            

백세시대가 왔다고 한다. 2018년 통계 기준으로 평균 기대수명은 약 83세라고 한다. 남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약 80세라 한다. 그러면 평균적으로 나는 25년 정도는 더 살 것이다. 하지만 건강수명이라는 용어도 있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나이를 말한다. 오래 살더라도 요양원에 누워있는 삶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내 생각에 한국 남자들은 평균적으로 70세까지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겨우 15년 정도가 내가 건강을 유지한 상태로 살 수 있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5년 10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가. 앞으로 벚꽃 구경, 단풍 구경을 15번 정도밖에 못한다는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니 ‘오늘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기쁘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자주 생각을 한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될 것이다. 그 일 년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                    


나는 후반전 인생을 재미있게 살리라 다짐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까 생각한 결과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1박 2일 여행’을 하기로 했다. 덕분에 여러 번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내가 매우 즐거워하니 잘한 일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에는 이런 생각도 하게 됐다. 한 달 한번 여행이 만족스러운 만큼, 여행을 하는 날을 제외하는 날은 과연 만족스러운가. 여행하는 며칠을 빼고 나머지는 헛되이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라면 뭔가 잘못된 거다. 좀 더 생각을 해보니 직장인이라 출근하는 월화수목금은 그냥 휙 가버리고 느낌도 없다. 느낌이 있다면 힘들다는 느낌이 있을 뿐이다. 대신 주말은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는 등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일주일로 따지면 70%는 의미 없이 지나가버리고,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 30%만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다.                     


과연 생계를 위해 내 시간의 70% 이상을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아닐 것이다. 나는 출근하는 날이든 아니든 ‘오늘 하루’는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나는 출근하는 날이든 주말이든 온전한 나의 시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나는 나의 하루 중에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들을 되짚어 본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 잘 잤는지 인사를 한다. 문을 나가면 새로운 가족이 된 반려견‘복실이’가 기다리고 있다. 아는 척을 해주면 그렇게 좋아 죽는다. 물 한잔을 마시고, 욕조에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한다. 바쁜 아침이지만 반신욕을 좋아하기에 놓치기 싫은 기쁨이다. 차로 출근하면서 유리 창문을 열고 바람을 즐기면서, 크게 라디오 음악 방송을 들으면서 간다. 내부 순환로를 지나면서 때로 구름 낀 하늘, 때로는 화창한 푸른 하늘을 즐긴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면서 간단히 뉴스를 본다. 9시 정각에 업무를 시작하여 일을 시작한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오늘 메뉴는 무엇일까. 먹는 시간이 즐겁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근처에 있는 나만의 산책 코스를 찾는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길가에 피어 있는 꽃, 나무를 보면서 즐겁다. 인적이 드문 숲 속에서 코 끝에서 느껴지는 숲 향기, 시원한 바람 한 줄기는 하루의 힘든 일을 치유해준다.                    


오후 업무도 금방 끝이 난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도 즐겁다. 요즘에는 도로에 외제차가 정말 많이 보인다. 벤츠, 볼보, 포르셰를 보면서 더 비싼 차에 탄 사람은 더 행복할까 생각한다. 가끔 지붕 없는 외제차를 타고 지나가는 젊은 사람을 볼 때가 있다. 대신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창문 밖으로 팔을 내밀고 바람을 만끽한다. 나는 외제차는 부럽지 않지만, 솔직히 그의 젊음은 부럽긴 하다. 나는 비싼 차를 타는 사람이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조그만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면 ‘복실이’가 마중 나온다. 펄쩍펄쩍 내 허리 위까지 뛰어오른다. 좋아하는 ‘복실이’를 보면 나도 기분이 업 된다. 아들이 집에 있으면 나와 인사를 한다. 짧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자기 방으로 휙 돌아가버린다. 별일 없이 무사한 아들 얼굴만 봐도 반갑다. 88세 노모에게 인사를 한다. 별일 없이 건강하신 어머니가 계속 건강하시면 좋겠다.                     


요즘은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더 늦게 퇴근을 한다. 아내 없이 저녁 식사를 하지만, 간혹 아내가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차려주는 날은 ‘왕 대접’이라도 받는 듯 기분이 좋다. 일상의 적은 것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일기’를 쓰려고 하고 있다. 하루를 보내고 지나간 일을 적는 것도 좋지만, 아침에 일기를 적으면 준비된 하루를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1일 1 선행을 해보고 싶다. 저녁에는 감사한 일 최소 3가지를 기록하는 ‘감사일기’도 시도해보리라.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하루라는 점을 늘 마음에 새긴다.                    


행복은 우리 발 앞에 있다. 행복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가에서 자란다. 단지 그것을 알아보기만 하면 된다. 그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행복을 찾지 못한다. 모든 감각을 한 껏 열고 살아가고, 순간에 충실하며,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소중한 오늘을 헛되이 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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