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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5. 2020

오십에게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을 가져야 할 때 

지난봄에 오십견이라는 병이 왔다. 아픈 팔로 가방도 들기 힘들고, 운전할 때도 불편하다. 몸이 아프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매사 열정도 잦아드는 것 같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느라 내 몸이 상해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지내다 이제 오십 대가 되었다. 어쩌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을 수도 있다.                     


주변에서는 지난밤 잠들었는데 아침에 저 세상으로 갔다는 얘기도 종종 들려온다. 부고를 전해 들을 때마다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나도 이제부터 현재의 삶이 언제라도 끝날 수 있다고 실감이 된다. 남아있는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이다. 나는 후반전을 준비 중이다.                     


나는 몇 달 전에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무엇보다 남은 인생 후반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책 쓰기를 목표로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나는 무엇을 구하고 있나?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생각해본다. 나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희생한다. 시간을 내어 사춘기 자녀에게 주어야 할 관심을 주지 못하고 용돈으로 대신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내어 휴식이 필요한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진’하면 성공했다고 좋아한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돈인가 행복인가?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일하고 돈을 벌지만 어느새 수단과 목적이 바뀌어 있다. 우리는 돈은 벌었지만 행복은 얻지 못한다.                    


나바호 인디언은 25가지 물건만 가지고 행복하게 산다고 한다. 반면 문명국에서는 1만 가지 상품을 소비하면서 살아도 만족을 모른다. 물질은 넘치는데 결핍감을 떨치지 못한다. 물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서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기울이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본다. 내 인생 전반전을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가장 중요한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꾸지 못한 점. 일과 여가의 밸런스를 이루지 못한 점.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한 점.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시간을 배려하지 못한 점 등이 아프게 다가온다.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쓰다 보니 시간이 항상 모자랐다. 일 이외의 곳에 꼭 필요했던 시간을 쓰지 못했다는 반성을 한다. 인생 후반전에는 돈을 벌기 위한 시간은 줄이고, 행복을 얻기 위한 시간을 늘려야 하겠다.                    


인생 후반전에 바꾸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본다. 첫째, 가장 먼저 아픈 몸을 치유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다. 오십견 정확히는 회전근개 파열이라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깨 돌리기를 50회 이상 해야 한다. 세포 재생 효과 등이 있다는 오가피 끓인 물을 자주 마실 것이다. 


내 삶을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는 좋은 취미를 가지고 싶다. 운동을 하겠다고 헬스를 끊어 놓고 안 가는 일이 많았다. 재미있는 운동을 하기 위해 탁구 레슨을 받기로 했다. 지인 중에 아마추어 선수급이 있으니 레슨을 열심히 해서 그와 어울려 놀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주말에는 혼자서도 운동할 수 있는 자유 수영을 할 생각이다. 좋은 사람들과 등산이나 둘레길 걷는 것은 언제나 즐거울 것이다.                     


둘째,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시간을 늘리겠다. 요즘 금요일 퇴근 후는 가족과 무조건 영화관을 찾고 있다. 이번 주말은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양꼬치 집에 가서 아들과 한잔 하기로 했다. 올해에는 오래된 절친 J, D과 친구들과의 여행도 추진할 것이다. 예전에는 누가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와도 일이 있으면 일을 우선으로 했었다. 앞으로는 일보다는 친구, 그리고 관계를 우선으로 할 것이다.      


셋째, 글쓰기도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은퇴한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자존감 상실이라고 한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일에서 은퇴하면 본인의 쓸모가 상실되었다고 느낀다고 한다. 글쓰기는 지적인 생산활동이다.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면 ‘생산성 상실감’이라는 큰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으리라. 


또 하나는 우리 가족을 위한 ‘투자 분석가’가 되어보고 싶다. 나는 뭔가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을 즐기는 ‘머리형’ 타입이다. 그래서 평소 분석이라는 행위를 좋아했고,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 등을 할 때 즐겁고 또 성과도 괜찮았다. 그래서 은퇴 후 시간이 많이 난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 ‘작가’ 그리고 가족을 위한 ‘펀드매니저’. 이것이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나의 새로운 명함이 될 것이다.    

                

심리학자 칼 융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라.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 아침에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에는 보잘것 없어지고, 아침에는 진리였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후반전은 전반전과는 달라져야 하다. 전반전에는 성공을 위해 살았지만, 후반전에는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한다. 전반전에는 사회에서 정해준 길을 따라 열심히 살았지만, 후반전에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후반전을 맞기 전에 하프타임이 필요하다. 당신이 짊어지고 있는 인생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승진, 더 많은 돈, 멋진 차, 새 아파트, 해야 하는 일 등이 들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 가방은 이때까지 살면서 채워 넣기만 해서 잔뜩 불룩 해졌고 당신은 그 무게를 견디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하프타임에는 인생 가방을 재점검하고 가방을 다시 싸야 한다. 우선순위가 낮아진 것들은 덜어내고, 후반전에 우선순위를 높여야 하는 건강, 관계, 여가, 취미, 봉사, 인생의 의미 등을 바꾸어 넣어야 한다. 하프타임에 작전을 잘 짜야 후반전이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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