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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4. 2020

취직 준비보다 퇴직 준비가 어렵다

새로운 도전이 소프트랜딩 하려면


요즘 나의 화두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그래서‘은퇴 후 50년’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알게 되었다. 카페에는 은퇴자 혹은 은퇴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의 글이 많아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둘레길 (사당~양재 시민의 숲)로 트레킹 모임이 있었다. 나는 인생 선배들의 생활과 지혜를 배우고 싶어 그 산행과 뒤풀이에 다녀왔다.     


그날 산길을 걸으며 나누었던 얘기 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취직 준비보다 퇴직 준비가 더 어렵다”란 말이다. 정년을 마친 후 다시 재취업을 해서 아직 은퇴를 앞두고 계신 분이 하신 얘기이다. 스스로 아직 퇴직이 두렵다고 하셨다. 요즘 청년층이 겪는 취업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년 했던 익숙한 일을 떠나 새로운 생활을 맞아야 하는 두려움도 어려운 일은 분명하다. 먹고사는 문제도 걸리지만, 은퇴 후에는 무기력한 생활이 될 것 같다고 걱정하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에너지가 줄고, 열정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그분은 은퇴 이후에도 열정을 가지고 살고 싶지만, 주변에서 그것이 매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분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나는 현재 어디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직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하고 있지만,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이 뜨겁지는 않다. 게다가 퇴직을 한다든지 은퇴를 하고 난 다음에는 어떨까? 뭔가 뚜렷한 대책을 준비하지 않으면, 열정 없이 무기력한 시간만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머리에 며칠 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오늘 회사에서 보내온 메일을 보고 약간 설렘과 열정을 느꼈다. 회사에서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에게 금 몇 돈을 상품으로 걸고, 인사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등 여러 가지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격증 이름은 ‘빅데이터 전문가'이다. 그 메일을 계기로 과거에 내가 열정을 가졌던 사건을 돌아보게 되었다. 몇 년 전 한동안 몰입했던 감리사 자격증 취득 등 몇 가지 사례가 생각났다. 나는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자발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열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친구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내가 자격증 취득 같은 뚜렷한 목표에 열정을 느낀다며, 자격증 취득 계획을 얘기했다. 친구는 내 의견에 반대했다. 그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일 년에 9개월 정도는 일하고 나머지 3개월 정도는 여가를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일이나 자격증 취득 같은 것은 충분히 했으니, 이때까지 못했던 취미나 여가 등 뭔가를 해 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본인은 뭔가 거창한 열정, 꿈보다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삶을 살든지 아침에 일어나 설레며, 행복한 하루를 살아가는 노하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행복은 거창한 데 있지 않고, 작고 사소한 데 있다는 그의 말에도 공감이 된다.      


나는 10년 뒤 은퇴를 하고 난 뒤에는 작가로 살고 싶다. 마당 있는 집을 빌려 정원에 피는 꽃의 아름다움을 보며 살고 싶다. 저녁에는 동네 길을 산책하며 건너 산으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친구가 보고 싶은 생각이 나면, 언제든 친구를 만나러 가서 그와 한참 수다를 떨고 싶다. 어떤 때는 퇴직을 한 이후 작가라는 나만의 명함을 가지겠다는 약간 거창한 꿈을 꾼다. 또 어떤 때는 꼭 무엇이 안 되어도 책을 읽고, 산책하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 사소한 행복을 누리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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