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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Sep 10. 2020

퇴직하면 뭐 하고 살까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자

'딩동~'


며칠 전 월급날이었다. 점심시간 문자가 왔다. 문자를 확인해 보니 월급이 입금되었다는 은행의 SMS 문자였다. ‘월급은 마약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고단한 직장 생활이지만 한 달에 한번 입금되는 월급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지 못한다.


아내에게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같이 저녁을 먹자고 카톡을 보냈다. 일이 있어서 일찍 퇴근 못하니 먼저 밥 먹으라고 답장이 왔다. 9시가 넘어 들어온 아내와 맥주 한 캔을 먹는다.


“나 요즘 부쩍 힘들고 일도 하기 싫은데 직장 그만 다니면 어떨까?”

“정 힘들면 알아서 하셔. 대신 매달 월급만큼은 알아서 만들어 와야 돼!”

아내의 말은 그만 두면 안 된다는 말보다 더 얄밉게 들린다.

“이제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일에 치여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데... 위로는 못할망정 그게 말이나 돼?

“나도 갱년기야. 당신보다 내가 더 힘들어. 그리고 퇴직도 5년밖에 안 남았어”

아내한테 투정 좀 부리려다 울고 싶은데 뺨까지 맞은 듯하다. 얘기를 잘 못 꺼낸 듯하여, 얼른 화제를 돌려 서둘러 자리를 끝냈다.


다음날 회사에 와서도 어제 아내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퇴직이 5년밖에 안 남았어!”

그러고 보니 주변에는 온통 퇴직을 몇 년 앞둔 사람들이다.


 첫 직장 선배인 김 모 선배는 올해부터 임피(임금피크제) 들어간다. 올해 10% 막상 연봉 삭감, 내년에는 30% 삭감, 마지막 3년 차에는 50% 삭감이란다. 그래서 그는 정년을 마치고 재취업할 계획이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재취업 정보와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를 다니는 또 다른 진모 선배는 정년 후 프리랜서 심사원으로 일 할 생각이다. 그는 현직에서 품질 업무를 하며 품질 심사원 자격을 취득해 두었다. 현직 업무를 하면서도 품질 심사원 자격으로 외부 기관에 심사를 자주 나가며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것 같다. 미리 자격을 갖추고 준비를 했기에 퇴직 이후에도 프리랜서 심사원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프리랜서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현재 받는 연봉의 60% 이상을 벌기 힘들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그는 퇴직 이후에 줄어든 수입을 어떻게 하면 현직 연봉의 80% 정도로 만들 것인지 궁리를 하고 있다. 수입만 보충되면 다른 걱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윤모 선배는 요즘 ‘무위고’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에서는 성공가도를 달렸고, 재테크에도 성공해서 경제적으로는 크게 걱정이 없는 모양이다. 퇴직 이후 2년 동안 해외여행, 국내여행, 골프여행, 등산모임을 열심히 다녔다. 그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 선후배, 친적들도 열심히 만나고 다녔다. 여행은 1년이 지나자 시들해졌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2년이 지나자 시들해지고 재미가 없어졌다. 유명한 관광지는 웬만큼 다녀서 더 갈 곳이 없다. 친구들은 처음 한 두 번 만날 때는 재미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매번 만나도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자 흥미를 잃게 되었다. 기타, 색소폰 배우기, 스킨 스쿠버 등 취미 활동도 시도해 보았으나 자기와 잘 맞지 않았고 흥미가 오래가지 못했다. 이제 그는 시간은 넘쳐나는데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가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른바 ‘무위고’에 시달리고 있다.


아내에게 퇴직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퇴직 이후가 걱정이 된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면 어떻게 되나. 국민연금이 들어오려면 퇴직 이후 5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내 국민연금은 약 150만 원 정도일 거다. 언론에서는 노후 준비로 12억이 필요하다고 한다. 누구는 부부가 한 달에 200만 원이면 된다고 하고 어떤 이는 한 달 600만 원은 필요하다고 한다.  퇴직 이후 1년만 지나도 ‘무위고’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퇴직 이후를 생각하면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 나도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아직 몇 년의 시간이 남았으니 건강, 돈, 일, 취미 등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나는 인생 2막을 어떻게 살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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