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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4. 2020

명퇴한 K 선배에게 보내는 편지

퇴직 전후 고민에 대하여

K형에게.                         

잘 지내시죠?                   

  

1년 전 시내에서 선배를 만났었지요. 선배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퇴직 후가 고민이었던 나는 갑작스레 먼저 퇴직한 형이 어느 정도 퇴직생활의 모범답안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퇴직 전 선배는 직장에서도 잘 나갔었고... 성과도 탁월해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블루칩이었죠.          

그러던 선배가 더 늦기 전에 인생을 즐기겠다면서 명퇴를 했을 때는 약간 의외이기도 했죠.          

여하튼 외국 한 달 살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여러 번 하고, 국내 여행은 틈날 때마다 하는 것  같았고...          

악기도 배우고, 어학공부도 하고, 헬스도 하고 엄청 재미나게 지낸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부러웠거든요.                         

커피숍에서 선배가 한 말은 제게 숙제로 남았습니다.          

"30여 년을 숨차게 일하며 달려오면서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직 전 3~4년은 늘 퇴직을 준비하며 기대했었지.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충분히 즐기면서 지냈었고,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나는 행복한 건가? 퇴직 후 남아도는(?) 시간을 이렇게 보낼 것인가? 고민스러워지기 시작했어.                         

연금과 저축 등으로 경제적인 준비는 최소한으로 문제가 없어! 오히려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나 자신을 찾는 준비를 못 한 것 같아. 가장 먼저 나 자신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어."     

                    

듣고 보니 선배의 고민은 내 것과 똑같았고, 나는 선배가 답을 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선배는 답 대신 질문을 남겼지요.          

"인생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라는 인생 2막에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워나가야 할까?"                         

선배의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30년 동안에는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지요. 이제는 나의 건강 그리고 가족이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고, 예전에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중요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명함이 곧 나의 정체성이었지만, 퇴직 이후에는 사라집니다. 직장 명함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나 자신을 찾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어떤 때 행복해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으로 세계일주 여행을 한다고 해도 곧 일상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일상의 하루를 행복으로 채우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감사일기 쓰기 등 긍정심리학의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방법들은 충분히 연습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찾아낸 것들이 내게는 통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정리한 '일(Work)과 삶(Life)을 조화롭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천 방안들',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들'에 대해 K 선배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언제가 편하실지 전화로 여쭐게요.

                         

이두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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