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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4. 2020

퇴직한 사람들이 후회하는 다섯 가지

타산지석의 지혜

죽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 나중에 우리가 어디서 죽을지 그 장소만 알고 있으면 되겠네. 거기에 절대 안 가면 되니까.”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유명인이 말했다니 말장난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우리가 은퇴할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은퇴한 사람들이 무엇을 후회하는지 알면 된다. 그들처럼 하지 않으면 되니까. 말하는 것처럼 세상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미리 알고 대비하면 좀 나을 듯하다. 


나보다 10살 많은 K 선배는 주위 친구들을 떠올리며 다섯 가지를 말했다. 건강, 돈, 아내, 취미, 일 다섯 가지다. 첫째는 건강을 잃고 후회하는 것이다. 최근 나는 오십견 때문에 자주 우울하다. 왼쪽 어깨가 아파서 왼쪽으로는 가방도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말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그런데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말들도 내가 30대 40대 건강할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비로소 몸이 아프고 나서야 몸이 아프면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고 그것이 무척 우울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할 때 가장 기본은 몸의 건강이다. 젊었을 때 바쁘게 살아갈 때는 당장 눈앞의 일 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금방 문제가 없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을 소홀히 하게 된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우선순위를 바꿔서 건강을 가장 앞에 두고 잘 관리해야 한다.  


둘째는 노후에 돈이 없어 후회하는 것이다. 지금도 어려워서 노후 따위 생각도 못한다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고. 하지만 지금이 아무리 어려워도 누후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젊을 때야 어떤 일이든 마음먹기 따라서 구할 수 있지만, 나이 들고 나서는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 어렵게 사는 사람도 있다. 차라리 늘 어렵게 살아왔던 사람은 살면서 어려움에 적응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더 큰 문제는 평범하게 살다가 50대 이후에 갑자기 어려워지는 사람이다. 50대에 구조조정을 당하고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이 대표적인 위기상황이다. 만약 국민연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연령대이면 다행이다. 만약 50대에 수입이 끊어졌는데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매달 생활비도 걱정이지만 가족이 누가 아파서 병원비라도 물어야 한다면 어떤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만, 회복하기 힘든 50대 이후에는 위험을 정말 잘 관리해야 한다.  


셋째는 아내와의 관계 때문에 후회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가정보다는 회사를 우선하며 살게 된다. 야근도 해야 하고, 회식도 해야 하고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니 집보다 술집에서 배회하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들이 사춘기 때문에 또 학업 때문에 힘들어할 때도 교육은 엄마가 챙기면 된다고 외면했다. 아내가 애들 키우고 시집살이에 힘들어할 때도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거라며 모른 척했다. 


어느덧 세월이 화살같이 날아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남자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아이들도 아내도 아빠는 불편하고 서먹한 존재가 되었다. 아내는 오랜 세월 ‘자기편’이 아닌 ‘남편’ 때문에 외롭게 버티었고, 아이들 키운 뒤는 편하게 살고 싶다. 애들 나가고 나면 차 한잔 마시며 쉬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삽 십 년 만에 어느 날 서먹해진 남편이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으며 집안에서 잔소리를 해댄다. 


이쯤 되면 아내는 남은 인생은 구속받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다며 ‘이혼’을 말할 수도 있다.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함께 지내기 너무 힘드니 ‘제발 어디든지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라' 고 읍소할 것이다. 이때 남자들은 느낀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넷째는 취미를 만들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 은퇴한 선배들 중에 ‘노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은퇴하고 6개월은 뭘 해도 금방 지나간다. 이때까지 못했던 해외여행도 한번 하고, 못 만나던 옛날 친구들도 쭈욱 한 번씩 만난다. 그다음이 문제다. 친구들도 한두 번 만나면 했던 이야기 또 하게 되니 재미도 없다. 이때까지 정말 일만 하고 살던 사람들은 이제 시간은 주체할 수 없이 많은데 놀 줄을 모른다. 왜 놀아보지를 못했으니까. 


그제야 악기를 배워본다 새로운 취미를 가져본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본다. 하지만 이내 ‘노는 게 힘들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다. 50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두시고, 거의 집에서 TV를 보시거나 담배만 피우셨다. 그렇게 이십 년을 지내시다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취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다섯째는 노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이다. 은퇴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 ‘명함’이다. 이제까지 직장을 다닐 때는 명함 한 장이면 자신을 설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느 회사에 OO부서 OO 부장이라는 명함으로,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의 사회적 지위가 어떤지 쉽게 설명이 된다. 


은퇴 이후에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렵고 직업이 없다는 것이 무위도식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더구나 자녀를 결혼시킬 때 내밀 명함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K 선배 덕분에 은퇴자들이 하게 될 후회를 알게 되었다. 나는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고, 기회가 있다. 미국 갤럽연구소에서 1,500만 명을 대상으로 웰빙과 행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것은 바로 직업, 돈, 건강, 인간관계, 커뮤니티였다. 은퇴자들이 하게 될 후회를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그것이 곧 행복으로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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