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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Jan 17. 2021

자유인 1일 차

지난 금요일은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지난 금요일은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이번 사이트에서 22개월 동안의 근무를 잘 마치고, 회의가 끝난 후 그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왔다. 다른 일을 다시 맡기 전에 일단 휴가를 내고 쉬기로 했다. 16일 연차 휴가와 주말, 그리고 이어지는 설날 연휴까지 포함하면 거의 한 달 가까운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금요일 퇴근 시간은 교통체증이 심해 퇴근하면서 지치는데, 점심시간에 퇴근하니 교통체증이 없어 너무 좋다.
한 달간의 자유가 이렇게 좋은데 완전히 속박에서 벗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창밖의 공기도 평소와 다르게 상쾌한 것 같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인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한 달의 자유도 이렇게 날아갈 것 같은데, 당신은 얼마나 좋은 거유?"
"하하. 좋긴 하지만 금방 당연한 게 되고 또 새로운 숙제로 고민하게 돼요!"


그는 몇 년 전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1인 사무실을 얻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급 휴가를 얻은 내가 부럽다고 했다. 자기는 프리랜서라 시간 조절은 가능하지만 미래가 아직 불안하다고 했다. 애들도 아직 어려서 아직 한참 동안 뒷바라지해야 하는데, 매달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한다.  걱정 없는 사람은 없나 보다.
  
2018년 연초에 한 달 휴가는 필리핀에 한 달 어학연수로 다녀왔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있다. 나는 이번 휴가에서는 은퇴해서 시간이 많을 때의 일상을 한번 체험해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실은 이 기간 전혀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도 있고, 영어 공부도 할 것이고 하지만 그래도 출근 안 해도 되는 자유가 한 달간 생겼다. 꺄~~~

휴가는 시작되었지만 아직 한 달간의 시간을 어떻게 지낼지 완전히 정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휴가 전에 계획을 충분히 세우고 휴가를 맞이한 적은 없었던 같다. 마지막 주에는 그간의 결과보고서 작성을 하느라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연말에는 1년간의 평가를 받기 위한 문서들을 준비해야 했고, 직장인은 항상 바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 달간의 휴가에도 사실 한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줄여야 할 지경이다. 은퇴 이후에도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달간 하려고 하는 일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할 계획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금쪽같은 한 달의 휴가!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놓치고 싶지 않다.

- 시간 부족해 못 읽었던 책을 실컷 읽기

- 평일 한가한 시간 점심을 먹고, 텅 빈 영화관에서 영화 보기

- 외국인 친구와 대화 실컷 하기(말문은 자주 막히지만, 시간만 여유롭다면 번역기 파파고가 있으면 문제없음)

- 동해안 7번 국도 여유롭게 달리고, 해지는 광경 지겨워질 때까지 즐기기

- 한 달간 펀드매니저가 되어 잔고 수익률 올리기

- 달콤한 낮잠~, 졸음아 어서 와라~ ㅋㅋㅋ

- 언제든 답답하면 나 혼자 드라이버 갔다 오기 캬~

-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조심조심 ~


만약 이 중에서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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