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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Mar 17. 2021

시간 부자가 진짜 부자다

너무 바쁜 직장인들에게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수요일. 따뜻한 차 한잔으로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다듬어 본다.
참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어서. 오늘 이 순간을 음미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지금은 여유를 가지는 이런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하루 24시간은 길지 않다. 게다가 출근해서 바쁘게 주어진 일을 하고, 또 퇴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해도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야근이라도 해야 한다면,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면, 나는 언제 쉴 수 있고, 가족과 오붓한 시간은 언제 가질 수 있냐고. 사회 경험을 쌓아야 하는 젊은 시기에는 그럴 수도 있다. 지금은 싫다. 조금 여유를 가지는 게 좋다.


그렇게 살 다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 버렸고, 내 머리에는 흰머리가 수북해졌다. 게을러서 건강을 못 챙긴 탓인지, 여기저기 고장 나는 곳이 생긴다.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다만 지나간 세월이 아쉬울 뿐.


직장인으로 바쁘게 사는 오랜 시간 동안 주말만 기다리며 살았던 것 같다. 막상 주말이면 지친 몸을 위로하기 위해 늦잠 자고, TV 좀 보고, 산책하고 하다 보면 주말은 너무 야속하게 지나가 버린다. 또 새로운 일주일이 되면 주말만 기다리며 다람쥐 체바퀴처럼 살아간다.


휴가는 어떤가?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휴가를 직장 눈치 봐가며 어렵게 쓴다. 그나마 며칠 안 되는 휴가도 그동안 챙기지 못한 가족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여행도 일 하듯이 해낸다. 휴가를 갔다 오면 더 피곤하다. 휴가라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가? 


휴가 여행에 관한 우스개 소리가 기억난다. 언제 휴가를 갈지는 사장이 결정하고, 어디로 갈지는 아내가 결정한다. 먹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결정한다. 나는 가방 들어주고 운전해 주고 돈만 내주면 된다.


오늘은 혼자 여행을 왔다. 챙겨야 하는 가족도 없고, 정해진 스케줄도 없다. 가고 싶은 곳 가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면 된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 참 좋다. 나 자신과 몇 마디 대화도 나눌 수 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남의 눈 의식할 필요 없다고. 좋아하는 게 뭐고,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당장 생각이 안나도 괜찮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느껴보라고...


돈이 없는 가난도 서럽고 불편한 일이다. 최근에는 그에 못지않게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이 더 가난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주변을 보면 열심히 살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기회를 겨우 얻었는데, 덜컥 병이 생겨 이 생을 마감하게 되는 사람을 자주 접한다. 인생무상. 참 덧없다.


우연한 기회에 정년퇴직하신 교장선생님을 한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니 작년에 다리에 악성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시고, 거의 일 년간 걷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건강이 안 좋으니 두 발로 걸으면 더 이상 행복의 의미를 찾고 싶지 않은 심정입니다."
어떻게 행복을 찾을 것인가 헤매는 내게 주신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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