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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quidityChase Feb 18. 2020

오스카의 변화와 2020 민주당 경선

고립주의와 새로운 세계화의 기로에서 

엘리트주의자에 가까웠던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한 이후 민주당 후보들은 대부분 기존보다 더 좌측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좌측으로 치우친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를 이기기도 어렵겠지만 이겨도 그 공약이 실천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시장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치적 스펙트럼상 세계화를 외치긴 어렵고, 좌로 치우친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 만한 재정적 여유도 없을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달러 없는 세계], 10장 불확실성의 풍랑 속으로, 406쪽 


국제적인 경제 상황은 그대로인데 순수하게 국내 정치가 작용한 결과다. 미국 기업들은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계속 이렇게 지속될 거라고 여기지도 않고 계속 지속되게 두고 보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상황이다. 국내 정치는 적어도 세계화의 전도사 역할로부터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제 상황은 여전히 세계화가 필요한 그런 어정쩡한 상황 말이다.  

[달러 없는 세계], 10장 불확실성의 풍랑 속으로, 398쪽


그동안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글을 못 썼네요. 내일 아침 출장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루다간 아예 못 쓸 거 같아 비행기에서 눈을 좀 붙인다는 생각으로 비록 늦은 밤이지만 후다닥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아이오와 코커스의 민주당 결과에 대해서 써봤는데요, 그 사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의 결과도 나왔습니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12&page=1&t_num=13608442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가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경선에서 60%의 지지율을 얻었던 곳에서 고작 26% 밖에 지지를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심장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샌더스와 워렌은 Left of Left입니다. 트럼프의 절묘한 포지셔닝 덕분에 힐러리 트럼프가 패퇴한 이후 민주당의 중도파들은 지난 3년간 설자리를 잃었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샌더스와 워렌 등 좀 더 급진적인 좌파 어젠다를 내세운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목소리를 대변했지요. 

1년여 전 평생 민주당원이었던 스타벅스의 전 회장 하워드 슐츠가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설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기인했습니다. 민주당에는 중도적인 목소리가 설 자리가 약해졌기 때문에 경선에서의 승리를 자신할 수 없어서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소문이었는데 결국 본인 스스로 무소속 출마를 포기한다고 선언했죠. 민주당의 극렬 반대가 먹혔던 거죠. 

그리고 그 중도를 대변하는 대표주자를 자처한 것이 바로 바이든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1월까지 주류 언론을 통해서는 바이든이 지지율 1위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제가 주로 참고하는 여러 독립 저널들에서는 '택도 없는 소리'라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단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바이든은 쉽지 않아 보이네요. 민주당 입장에서도 바이든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진 않습니다. 트럼프라는 극강의 챔피언이 링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팡이 짚고 그로기 상태로 링 위에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죠....

어쨌든 뚜껑을 다 열어본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 정도만 확인한 상태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명확해 보입니다. 민주당의 급진적인 좌파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는 예상보다 그 기반이 약하다는 것 말이죠. 

지금 상황에서 가장 힘이 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부티지지?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21510461744072

 바이든의 대체제라고 할 수 있는 블룸버그입니다. 슐츠가 무소속 출마를 포기했다면, 블룸버그는 민주당의 선거 정책에 따라 공식적인 후보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었던 한계에도 불구하고, 2월 경선 참여는 포기하고 전국 광고전략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The country needs "evolution, not a revolution" 
"Let me be clear about why I am in this race. I am running to defeat Donald Trump."

첫 번째 발언은 샌더스와 워렌을 겨냥한 것이죠. 급진적인 개혁 어젠다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 두 번째 발언은 불안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결집을 호소하고 있죠. 4년 더 볼래 나 한 번 믿어볼래? 


적어도 지금까진 그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뉴요커 재벌 블룸버그 별로 맘에 들진 않지만 트럼프가 4년 더 있는 꼴은 못 봐주겠어하는 심리를 가진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에게 현재 샌더스의 지지도로는 트럼프와 싸우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이제 길게 기다릴 것도 없습니다. 3월 중순이면 아마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올 겁니다.  

 

그런데 대선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왜 제목에 오스카가 나왔냐고요? 기생충에 묻어가려고? 뭐 그런 점이 없지 않긴 하지만.....너무 졸려서 빨리 쓰고 자야겠습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었죠. 이건 국뽕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된 사건이죠. 로컬 영화 잔치 오스카가 제3세계 영화에게 그랑프리를 안겨주다니, 게다가 감독상과 각본상까지...

그런데, 우리에겐 조금 아쉬운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뉴욕 타임스에는 좀 다른 논조의 사설이 실렸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20/02/10/business/media/2020-oscars-broadcast-hits-a-new-ratings-low.html

뭐 요약하면 2018년 2월에 비해서는 약 300만 명, 2019년에 비해서는 약 20%, 숫자로는 600만 명의 시청자가 감소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기생충' 때문이라는 얘기냐? 아 그건 전혀 아닙니다. 다만, 미국의 각종 영화, 방송 시상식이 저런 하락 추세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왜 정치 얘기랑 같이, 특히 미국 대선 얘기와 함께 등장하냐고요? 

Hollywood awards shows have taken on an increasingly political tone over the years, with many performers using their acceptance speeches to rail against President Trump or focus on hot-button issues.
Trump slammed the Academy Awards during a speech in August, saying “nobody” wanted to watch the annual ceremony because viewers are tired of entertainers disrespecting “the people that won the election in 2016.”  
Claiming the Oscars were “on hard times,” Trump said, “You know why? Because they started taking us on. Everyone got tired of it.” 
At the 2018 Tony Awards, Robert De Niro made headlines when he declared "F--- Trump" onstage. Meryl Streep slammed then-President-elect Trump as a "bully" at the 2017 Golden Globes.

Golden Globes host Ricky Gervais to celebs: Don't get political, BY JUDY KURTZ - 01/05/20 에서 발췌

간략하게 요약하면 로버트 드니로, 메릴 스트립, 브래드 피트 등이 쫙 빼입고 영화제에 수상자로 나와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트럼프 나쁜 새끼' 할 때, 그걸 고깝게 보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지지자들의 가려운 곳을 직설적으로 잘 긁어줄 줄 아는, politically incorrect 한 지지자들의 욕구를 공공연히 표출해줄 줄 아는 트럼프는 그 포인트를 공격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golden globe에서 호스트로 나왔던 Ricky Gervais가 이런 지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죠. (어그로를 끌려고 한 것이 아닌 게 그는 동성애 지지자에 코빈을 지지하는 영국인입니다.) 

Everyday hard working people을 대상으로 유명인사가 자신의 정치적 믿음을 글로벌 플랫폼에 나와서 가르치는 (lecture) 것은 비록 그 믿음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라 할지라도 반발 (opposite effect)을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영화 한 편에 수십억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것은 물론 그 외에도 엄청난 수입을 바탕으로 화려한 삶을 사는 유명인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오래된 현상입니다. 제 가장 오래되고 강렬한 기억은 마이클 무어가 2003년인가 2004년쯤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후 Shame on you, George bush! (표현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외쳤던 것입니다. 꽤나 멋있어 보였는데 말이죠. 캬, 미국이란 나라는 대통령한테도 저렇게 할 말은 하는구나. 뭐 이런 쿨한 느낌? 


그런데 17년이 지난 지금 시상식에서 그런 얘길 하는 배우를 보면 시청자들이 이렇게 생각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쿨하긴 개뿔이. 겉모습은 번지르르하고 화려하고 쿨해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요 위선과 모순은 쿨한 척하는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니 똥 굵은 건 알겠는데 난 너희들이 나와서 그렇게 올바른 척하는 꼴 보기 싫다. 


자, 이제 결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카의 선택 (엄밀하게는 오스카 회원들의 선택이 되겠네요)은 제3세계에 대한 문호 개방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자랑스럽게도 그것이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이었습니다. 화려한 배우들 (온갖 가십들에 의하면 그들도 그다지 옳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도 아는데)이 나와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리를 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불평등한 현실을 더욱 자각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로 인해 시청자들이 떠나가는 현상 앞에서, 그들의 처방전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개방이었습니다. 영어는커녕 불어나 스페인어도 아닌 무려 '한국어' 영화에 그랑프리를 안겨준 것이 그들의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저변에 흐르는 분위기? 민심? 이런 것의 신호(signal)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서운 넘들. 위기를 정면돌파하려고 하네. 뭐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좀 두서없고 너무 길었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이젠 자야 합니다. 그리고, 며칠간은 아마 탈고할 시간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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