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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Sep 04. 2022

내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

술이 주는 소중한 위로

무더웠던 여름이 아쉬워할 틈도 없이 무대에서 퇴장하려고 한다. 날이 지날수록 선선해지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아져만 갔다.


이렇게 날이 조금씩 시원해질 때면 무더운 여름밤에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곤 한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음 없이 얇은 이불에 잠겨 수면을 취하는 것, 습하지 않은 어둑어둑한 밤 편의점에서 갖 산 시원한 맥주를 공원에서 친구와 먹는 것, 머리 아픈 에어컨 바람 없이 활짝 열린 가게에서 먹는 시원한 맥주 같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봄, 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적어놓은 글을 보면 바로 알겠지만 나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술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과도 친해졌다. 보글보글 끓어가는 뜨거운 국물 안주와 바삭바삭 거리는 튀김 안주 위로 오가는 잔들의 경쾌한 소리는 언제 생각해도 짜릿하다. 시끄러운 사람들 속 서로의 말에 집중하며 관계는 더욱 짙은 색으로 칠해진다. 붉어지는 얼굴이 그 순간의 우정을 증명하듯 말이다. 서로의 취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운 자리가 될 수 있다. 술은 사람의 긴장을 풀게 하기에 서로의 마음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며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서먹서먹하다 해도 친하다 해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평소보다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자리는 역시 술이 있는 자리인 것 같다.



나는 혼자 먹는 술도 정말 좋아한다. 어머니는 항상 청승맞게 혼자 술을 먹냐고 하지만 가끔은 혼자 마시는 술도 나의 새로운 모습이나 깊은 곳에 숨어있던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단한 안주에 내가 마시는 속도가 곧 술자리의 속도이고 원하는 만큼 조절해가며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보거나 생각하며 마시는 술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니까 더 매력적이다.  수많은 고민들과 하루를 보내며 받았던 스트레스들은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잊히기도 한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장식하는 조연은 단연 안주다. 혼자 먹는 술에 대단한 안주를 먹고 싶지는 않다. 뭐랄까 간단하게 후다닥 먹고 후다닥 치울 수 있는 게 혼술의 매력 중 하나이니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안주 중 단연 최고는 부셔먹는 라면이다. 전자레인지에 잠깐 데우면 정말 바삭바삭 해지는데 시원한 맥주에 정말 빠져서는 안 될 최고의 궁합이다. 라면의 고소한 맛과 수프에 짭조름한 감칠맛을 맛본 뒤에는 시원한 맥주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렇게 맥주 1캔에서 2캔을 비우면 그날은 기분 좋은 하루의 끝을 보낸 것 같아 행복에 취해 잠이든다. 내가 좋아하는 술과 나를 위한 시간이 지쳐있던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기분이다.


술은 슬플 때보다는 기쁠 때 먹어야 한다 생각한다. 슬플 때마다 술을 먹기엔 삶은 슬플 때가 더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가끔 찾아오는 기쁨과 행복을 더욱 즐겁게 만들기 위해 술을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삶에 정말 많은 술자리가 있겠지만 기쁜 자리가 더 많길 소망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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