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숙소 운영 선배님이 그랬다. 처음부터 말 많고 탈 많은 사람은 우리 숙소랑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예약받기 전 한번 더 생각하라고.
하지만 오픈한 지 한 달도 안된 우리 입장에선 그저 우리 숙소를 찾아내고 문의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물론 안내사항에 조식도 없고 수영장도 없다고 공지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 세 번 다시 물어보는 그 사람이 내심 이해가 안 가기도 했지만..
2박이 성사되었고 머리카락 하나 먼지 한 톨 없도록 쓸고 닦으며 그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깔끔한 실내를 위해 돌돌이까지 하고 또 했다. 매번 화장실은 락스 향 그윽하게 맡으며 퐁퐁과 락스를 섞어 변기 속까지 손을 넣어 닦고 또 닦았다. 거울에 얼룩이나 지지 않을까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닦고 또 닦았다. 새집은 아니었지 만 정말 깨끗하네요~라는 말은 락스 향 맡은 내 콧구멍에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드디어 체크인 날짜가 되었다. 그분들은 바베큐 하기전 모기가 너무 많다 했다.
모기향은 바베큐 그릴과 숯과 함께 준비되어있었다. 한번 열어보지도 않고 모기가 많네요 라는 연락. 내가 일부러 모기를 뿌린건 아닌데.. 라는 뾰족한 마음의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 그럴 수 있지. 못 봤을 수도 있지. 바베큐 하시면서 모기한테 헌혈 안 하기를 빌어드렸다. 지금부터라도 모기없이 편하게 바베큐를 드시길 진심으로.
서비스로 제공된 막걸리에 눈웃음을 보내준 손님이었기에 이번에도 마음에 드시는 것 같구나 다행이다 생각했다.
하지만 둘째 날 아침부터 그에게서 날아온 카톡은
아침부터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숙소 안은 좋은데 밖이 너무 관리가 안됐네요. 자동차도 심하게 거미줄에 그냥 잠만 자고 가야 되는 상황이네요. 제가
똥 손이었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이 숙소를 선택한 당신이 똥손이라는 대사를 들은 운영자 입장에서는 썩 유쾌할 수 없다.
넓고 넓은 마당에 아들이 어릴 적 타다 고장 난 어린이 자동차를 두었다. 워낙 풀이 많고 전주인은 버린듯한 넓은 마당에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더운 날에 햇빛 쨍쨍 맞으며 우리를 비웃듯 자라고 또 자랐다.
광합성을 열심히 하던 잡초들은 20여 일간 마당에서 잡초만 뽑고 뽑았던 우리를 비웃듯 계속 자라났고 한여름 성수기를 맞이한 거미는 어디서 그리 많이 나오는지
이곳저곳 진을 쳤다.
마당에 장식용으로 둔 자동차에는 어느새 거미줄이 가득했나 보다. 정수리가 타들어가는 듯한 날씨에 우리는 더 이상 잡초뽑기를 중단했고 찬바람이 좀 불면 다시 하자며 보류했던 뒷마당에서 그대로 뺨따귀를 맞는
순간이었다.
분명 그는 아이와 함께 뒷마당에서 전동카를 타게 해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앉을 수 없을 만큼 거미줄에 비바람 맞은 자동차는 그저 혀를 차게 만들었을 것이며.. 아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아빠는 분명 이곳을 선택한
본인이 모든 것이 잘못이라 생각했을 테다.
숙소를 선택한 본인을 똥손이라 말하며 자기를 깍아내렸겠지. 그리고 그 억울한
마음을 펜션 사장이라는 작자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을 테지.
아침 댓바람부터 제가 똥손이었다 라고 생각한다는 손님의 대사에 우리집은 폭풍전야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더우니까 마당은 천천히 하자 했던 우리끼리 대사들이 문제였을까.. 너무 넓으니까 쉬엄쉬엄해라 여기는 많이 신경 안 쓴다고 고생 그만하길 바랬던 어머님의 위로에 안주했던 내가 잘못이었을까.
육수가 뚝뚝 떨어지고 정수리에 기미가 차올라도
마당에 잡초 뽑기와 정리는 계속되어야만 했는데... 결국 열심히 실내를 쓸고 닦아
광나게 해놔 봐야 돌아오는 건 이따위 피드백이라니.
남은 하루 잘쓰고 가겠다. 좋은 곳 잡았다 생각하고 왔는데 아쉽고 관리를 신경 써주면 좋은 숙소 같다는 생각에 말씀드렸다는 그의 피드백은
사실 고맙다기보다는... 그저 아침부터 펜션 오픈한 지 한 달 도 안된 소심한 운영자들에게
그저 마음의 생채기일 뿐이었다.
그저 당근만으로도 부족했던 시기
채찍만 맞은 기분.
하루 종일 똥 손, 똥 손, 똥 손..
다른 건 생각 안 나고 똥 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화가 났을 것이다. 아이는 분명 차를 타려고 했을 것이고.. 아빠는 말렸을 테다.
타고 싶은 아이는 울거나 아빠를 보챘을 수도 있다.
거미줄이 가득해 탈 수도 없는 차를 보란 듯이 두었기에 그의 분노도 사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꼭 본인을 똥 손이라고 비하하고 내가 이숙 소를 고른 게 잘못이라는 뉘앙스를 풍겨야만.. 했을까?
했겠지.. 화도 나눠야 누그러지는 법이니.
아침밥 먹으며 서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대사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아마 몇 없다. 남편은 밥을 먹은둥마는둥 35도가 넘는 날씨에 다시 펜션 마당으로
향했다. 거미며 잡초며 아주 끝장을 내버리겠다는 각오로.
하루 종일 예초기를 돌리고 제초제를 뿌리고 깎고 뿌리고 죽이고 장식이라고 하기엔 욕만 먹던 자동차도 아예 타지 못하는 곳으로 제대로 장식처럼
치워버렸다. 그의 땀방울에 똥 손이라는 단어가 같이 떨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당에 육수를 뚝뚝 흘리며 예초기를 돌리는 운영자를 본 손님은 괜히 아침에 보낸 본인의 메시지에 일부러 나오신 게 아니냐는 미안함과 머쓱함을
표했다. 아니다 주기적으로 하지만 워낙 덥고 풀도 많아 거미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것뿐이다. 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표현했지만
그게 서로에게 진심이었을까 싶다.
실망스럽다. 아쉽다. 부족하다. 조금 더 관리가 필요하다. 실내는 좋지만
마당은 좀 아쉽네요.라고 조금 더 힘을빼고 보내주었다 해도
분명 우리는 잡초를 뽑으러 갔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부족함에 더 미안함을 표했을 것이다.
거미를 풀어둔것 아니지만 거미줄도 내것으로 평가되는 이곳에서 두번 세번 죄송했을것이다.
더운 여름 아파트 놀이터에만 나가도 아침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거미줄이 가득하다. 관리를 한다고 하는 여러 곳에도 거미 역시나 성수기를 맞이해
열심히 거미줄을 친다. 거미줄이 쳐진 놀이터는
거미잘못인가 관리인이 새벽부터 치우지않은 잘못인가.
한편으로 원망스럽고 꼭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말해야 했니?라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니다 우리는 펜션 운영 자니까..
거미줄 친 것도 우리 잘못이고 잡초 못 뽑은 것도 우리 잘못인 게다.
손님의 피드백이 매번 좋을순 없기에
이론적으로 뇌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씁쓸한 조언들.
이제 더워도 추워도 더 열심히 잡초를 뽑기로 했다.
그리고 거미는 나에게 착한 곤충이 아닌 걸로 분류되었다.
별거 아니지만 마음의 생채기가 났다. 덕분에 마당은 점점 깨끗해져 간다. 가끔은 쓴소리도 웃으며 받아야 한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하나씩 펜션 운영자의 레벨은 높아져간다. 처음부터 말 많고 탈 많은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