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받아 든 기분은 복잡 미묘했다.
“이걸 다 팔 수 있을까?”
“2쇄는… 가능할까?”
그리고 더 사소한 불안들이 뒤따랐다. 누군가 이 책을 냄비받침으로 쓰면 어쩌지, 샀다며 알라딘 중고서점에 헐값으로 넘기면 어쩌지, 악평이라도 달리면 어쩌지. 그날 내 머릿속은 ‘불안’이 완전히 장악했다. 술을 마셔도 잠이 오지 않는 날이었다.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래도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었다는 행복한 마음은 정말 잠시. 그저 불안이가 내 머릿속 컨트롤러를 장악해 버렸다.
마지막 탈고는 정말 지긋지긋했다. 더 이상 보기 싫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카페에 앉아 빨간펜을 들고 체크해 가며 SNS용 사진을 찍어가며 원고작업 중~ 뭐 이런 거? 그게 내가 꿈꾼 장면이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머리는 벅벅 긁어가며 컴퓨터만 눈알 빠져라 보고 있는 내 모습. 외출은 금지되었고 그저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세 번째 교정쯤 되니 이제 꼴도 보기 싫어졌다. 앞에서부터 보다가 뒤에서부터 보다가 차 안에서도 보고 집에서도 보고 새벽에도 보고. 최종, 최최종 이라며 오가는 pdf 파일에는 컴퓨터로 난도질한 원고뿐이었다. 오타를 매의 눈으로 발견하고 읽고 또 읽었음에도
어라 이거 또 있네?
책 수정을 하면서 컴퓨터에 페이지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음성으로 선택도 가능했고 성별도 선택가능했다. 가장 딕션 좋은 AI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장이 이상한 걸 확인하기도 했고 눈으로 따라 읽으며 오타를 찾아냈다. 정말 대단하다 싶을 만큼 잔머리는 풀가동 되었다. 남편도 읽고 아들도 읽고 동생도 읽고 가족이 단체로 오타 숨은 그림 찾기를 했다. 참 웃긴 건 다들 한두 장 보다 지쳐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외로웠다. 혼자 수많은 글자들과 맞짱 뜨고 있는 느낌.
혼자 글자들과 맞짱을 뜨는 기분이었다. 누가 먼저 쓰러지나, 지독한 싸움. 나는 결국 오타를 다 잡았다고 믿었다. 꿈에서도 페이지가 떠오를 만큼 봤으니까.
그런데 출간 후 반년이 지나, 내 책에서 오타를 발견했다.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머릿니처럼, 숨은 오타 끝판왕이 살아남아 있었다. 심지어 거의 소제목급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잠깐 멍해졌다. 내가 이걸 못 봤다고?
사진 배치와 번호도 어긋난 곳이 있었다. 억울했다. 책은 혼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데, 수정은 늘 나 혼자 한 기분이었다.
‘오타는 귀신같이 나온다’는 말을 책에서 수도 없이 읽었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출간 전 다양한 책출간 이야기들을 보면서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실수하는 일은 없어야지 했는데 아니 현실은 숨은 오타 찾기의 연속일 뿐이었다. 증정으로 받은 한 권을 수정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 권은 2쇄를 찍을 그날을 생각하며 수정할 것들을 빨간펜으로 체크하면서 다음에 교체될 장소들을 체크 또 체크했다. 사실 본문은 더 이상 읽기도 싫어서 그냥 대충 넘기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체크했는데 그 순간 웃겼다.
이걸 체크하고 있다는 건 내 마음속 어딘가가 2쇄를 믿고 있다는 뜻이니까. 겉으로는 1쇄만 다 팔리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고 마음속은 다음 수정 기회를 노리며 체크하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아닌 척 쿨한 척 자존심 상하니까 못 본 척했는데 현실은 매일 아침 남아있는 교보문고 재고현황을 보고 매번 도서관에 갈 때마다 누가 내 책을 혹시나 희망도서에 신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검색하는 내 모습이 아주 가끔은 부끄럽다. 인지도 있는 유튜버가 되어 나도 출간 때부터 살게요. 기대해요. 기다리는 중~ 언니 멋져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15년+a 짬의 여행블로거지만 아쉽게도 유튜브와 결이 달라 딱히 마니아층은 없던 현실에 부족함과 아쉬움은 또 내 몫이 되었다. 숨은 오타 찾기에 미션을 깰 때마다 조용히 찾아오는 슬픔이. 2쇄 찍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할 그날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