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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Mar 04. 2024

책 좀 팔았니?

책 출간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간다. 이미 6년 전 받은 계약금은 존재자체도 기억나지 않고 출간 후 받은 첫 인세도 하이에나처럼 호시탐탐 기다리던 카드사에서 날름 가져갔다. 사람들 만날 때마다 물어본다.


책 좀 팔았니?



제발 물어보지 말고 한 10권 사주시던지요~속마음을 삼키며..


 "2천 부를 찍었고 아직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 24를 비롯 전국 서점에 아마도 수백 권은 남아돌지 않을까 싶네요.  아침마다 교보문고에 들어가 남아있는 재고를 확인하지만 늘 같은 숫자가 그대로예요. "



그럼 돌아오는 대사들은



요즘 누가 여행책 사보냐~



"그러게요. 교보문고 재고 권수를 보니 그나마 서울에서는 책을 좀 보는듯한데 지역에서는 관심도 없나 봐요.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제책을 입고하지 않은 전국 몇몇 곳의 교보문고가 있더라고요.  전 망했어요.  라면받침대로 안 써주길 바랄 뿐이에요. "




질문하는 사람 입다물게 하려면 그냥 자폭이 편하다는 걸 느낀 후로 한마디 질문하면 백 마디 변명을 달아본다. 코로나탓도 하고 출판사 탓도 하고 무능력한 내 탓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책 안 읽는 현시대를 탓해본다. 아니 손가락하나로 다 검색되는 이 세상 사실 여행서가 무슨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할게 무엇인가 다들 살기 바쁜 이 시국에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해외여행 가느라 바쁜 이 시국에 국내여행책이라니.





아무리 자기 PR시대라지만 이건 뭐 그냥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느낌.  이쯤이면 내가 자가출판을 했나 싶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나에게도 손 내밀어준 출판사가 있었다는 것이 팩트. 그렇게 공들여 만든 세월이 얼만데. 시즌을 잘못 탔다는 게 문제.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영 밀어주지 않는 느낌적 느낌이 드는 것 또한 문제. 그럼 이 슬픔을 함께 해줄 누군가가 이쯤에서 등장해야 하지만 아무도 없네?

심지어 대형출판사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편집자님께서 옆에 붙어 작가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던데 우리 출판사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읽은 수많은 출간일기에는 옆에서 끝까지 힘이 되어주는 편집자가 늘 함께 있고 글이 안 써질 때마다 옆에서 으쌰으쌰 해주는 이 가 출연했는데 왜 내 옆에는 당근도 채찍질도 해주는 이 가 없냐는 말이다. 우리 출판사에서 나는 버리는 카드였던 것인가?



그래 그렇다면 결국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

책을 출간만 해서 저자의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홍보까지도 결국 내 몫이었단 말이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는 몰랐다.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을.

인세를 받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초본을 다 팔아야 할 것이며 2쇄를 찍고도 팔고 또 팔아야

나에게 작고 귀여운 인세가 들어올 것이다.

그럼 남아있는 1쇄부터 팔아야 하는데 차마 차마 대표님께 몇 권 남았냐 물어볼 자신도 없다.

지금 팔려나간 책들도 어디선가 라면받침대 운명이 되지 않았을까 걱정스러운 이 마당에

남은 부수의 개수가 무슨 의미가 있냔 말이다.



아는 사람에게 강매는 할 만큼 시켰다.  자 그럼 오늘은 직접 서평이벤트라도 한번 해봐야겠다.

내일은 교보문고 강남점에 재고 2권은 줄어들길 바라면서 말이다. 요즘 나의 소원은 김겨울님이 내책 한번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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