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까짓게 글은 써서 뭐 하나

by 까칠한 현자까

네까짓게 글은 써서 뭐 하나

네까짓게 글은 써서 뭐 하나. 쓰면 뭐 하나 읽는 사람 없는데. 책을 내면 뭐 하나 아무도 관심도 없는데.

늘어나지 않는 판매량. 매일 똑같은 모스부호와 같은 교보문고의 재고수량. 이제는 내려갈 만큼 내려가버린 예스 24의 판매지수. 과연 나는 또 다른 책을 쓸 수 있을까.


잘 쓰고 싶다 그럼 어찌 써야 하지? 책을 읽는다. 책을 읽었다. 읽을수록 더욱 하고 싶은 말들이 쏙 들어가 버린다. 쓰기 싫다. 하지만 쓰고 싶다. 매일 글을 쓰지 않아도 브런치에 접속해 구독해 둔 작가님들의 글과 새 글을 읽는다. 와 진짜 역시 이런 분들이 글을 써야지 싶다가도 가끔 로또처럼 혜성같이 등장한 몇몇 글에는 와 씨 나랑 차이가 없는데 이분 대박 터졌네 싶어 샘이 나고 부럽다. 나는 왜 구독자도 늘지 않고 메인에 한번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 걸까 싶다. 글도 못쓰는 게 운도 없다 싶고 운이 없으면 다른 거라도 잘해야 하는데 아무리 돌아봐도 무엇하나 대박 난 게 없다. 그저 모나고 까칠하고 신세한탄만 하는 나뿐이다. 늘어나는 건 필력이 아니라 나이와 뱃살뿐인 기분.


지난 12월 마지막글을 기점으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다. 할 말도 없고 신세한탄만 하는듯한 내 글에 반성하며 새해에는 달라지리라 거창하게 계획도 세웠다.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수많은 책을 읽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이어리에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브런치에 접속하는 순간 또다시 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쓰고 싶은데 쓰기 싫다. 쓰기 싫은데 쓰고 싶다.



사교육 없이 공부시키는 애미의 공부법에 대해 써볼까? 싶다가도 아 아직 애가 어린데 다른 엄마들이 열광하기에 보여줄 만한 아웃풋이 없다. 이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싶다.

가장 만만하게 늘 하고 있는 여행정보나 써볼까? 아 그건 블로그에서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블로그를 그럼 몇 개를 더 하지 브런치에 글쓰기에는 아쉽다.

여행기를 써볼까 싶은데 정작 돌아보면 일반, 여행반으로 협찬과 광고가 난무하는 여행을 즐기는 것이 대부분이라 막 대단한 여행기도 생각나는 게 없다. 진작 애 놓기 전에 요즘 애들처럼 세계일주라도 다녀올걸 그랬다.

그럼 소설을 한번 써볼까? 우리 집 아래, 옆집 다 사랑과 전쟁급인데 그것만 모아볼까? 괜찮겠는데? 기본 베이스에 조미료를 첨부해서 진짜 사랑과 전쟁급의 대서사를 만들어볼까? 혼자 피식 웃다가 아래층 아저씨가 자기 이야기인 거 알고 소송이라도 걸면 어쩌지? 혼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소설은 뭐 아무나 쓰나.

불만뿐인 친정이야기를 써 내려가볼까 지금도 충분히 불만족스러운 엄마, 아빠 이야기를 이것만큼 한풀이 하기 좋은 소재가 어디있는가. 그래 그게 나의 내면에 가장 진실한 마음일 것 같아 하며 막상 써보려다가 돌아보면 매일 콩가루집안처럼 싸우지만 이혼하지 않는 엄마 아빠가 있고 늘 불만족스러웠지만 밥 한 번 굶어본 적 없다. 늦둥이 동생으로 땡볕에 기저귀를 옥상에 올라가 널어야 하는 중학교 사춘기 시절이 있었지만 그래 머 사람들 공감과 슬픔을 끌어낼 만큼 대단한 이야기는 없네. 키워준 유세라고 이만큼 키워줬으면 됐지라고 다른집 딸들 좀 봐라 엄마 용돈준다 라는 친정 엄마의 대사에 그냥 내가 입다무는게 낫지 라는 결론. 누구는 친정엄마한테 반찬도 얻어먹던데 맨날 키워준 유세는. 자식 키우는거 당연한데 보상심리 많은 아줌마네.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무려 3개월의 기간 동안 나는 더 이상 쓸 말도 쓰고 싶은 글도 사라져 버렸다. 매일 책을 읽어도 필력은 늘지 않고 이미 태어날 때부터 남들의 심금을 울릴만한 대단한 감수성도 없고 하물며 너무 노멀 해서 대단한 에피소드도 없다. 글 써서 먹고살고 싶은데 참 어렵다. 과연 나는 여행이 아닌 다른 주제로 두 번째 책을 낼 수 있을까. 쓰고 싶다 그것도 아주 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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