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무 번, 반전은 두 번

어쩌면 스무 번

by 구환회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3월 2주] 3/8~3/14


같은 작가의 책이라고 해도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은 장편소설보다 평가하기 더 어렵다. 한 책 안에서 작품들이 서로 경쟁해서다. 유독 뛰어난 혹은 아쉬운 단편이 있다면 책 전체의 인상이 흔들린다. 수록작 사이 유기적이고 일관적인 연결도 중요하다. "하나둘씩 발표한 단편 수가 찼으니 단행본으로 묶은 것 아니야?" "다른 소설들은 모두 내성적인데 왜 다섯 번째 작품만 외향적이지?" 독자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소설집의 성패가 갈리는 순간이다. 편혜영은 이런 우려를 가장 완벽하게 회피하는 소설가다. 수록작 선정 단계부터 완결성을 지향한다.


x9788954677608.jpg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는 삶이 작동되는 방식과 가장 유사한 장르다."(편혜영)


"발표된 시기대로 작품을 일괄적으로 모으기보다 색채가 비슷한 단편이 쌓이면 연작 느낌으로 골라 책으로 묶는다." 작가의 말이다. 신작 『어쩌면 스무 번』도 마찬가지다. 전작들처럼 희극보다는 비극, 양지보다는 음지에 가까운 삶의 단면들만을 응시한다. 바라지 않는 사건과 사고와 파국은 결국 나를 찾아온다. 불안과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들이어서 더 서늘하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보적인 다크 서스펜스 리얼리즘 거장이 일깨워주는 사실이다.


이야기의 끌어당기는 힘과 파열적인 오라로 탄탄해진 미스터리는 이번에도 팬들을 사로잡았다. 모든 단편이 공유한 재미의 키워드는 '반전'이다. 휴식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시골 생활은 사실. 강물에 빠져 간신히 바위를 밟고 살아난 것으로 알았는데 사실. 언젠가 내게 집을 물려줄 것으로 생각했던 자애로운 어머니는 사실. 그런데 반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말이 `그런데 말입니다`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실화탐사대`, `궁금한 이야기 Y` 애청자라면 한달음에 읽을 수 있다. 김기영 영화의 불길하고 기괴한 기운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180723_pianhuiying_02.jpg 2017 셜리 잭슨상 수상작『홀』


빛과 어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붙어 있지만 마주하지는 못한다. 상대가 있어야 나도 존재할 수 있다. 행복과 불행의 관계도 비슷하다. 항상 같이 다니는 둘을 동시에 비추는 작가가 편혜영이다. 먼저 어둠을 보여주고, 그 어둠을 치우면 채워질 빛을 상상하게 한다. 『어쩌면 스무 번』의 단편들은 대부분 암울하게 마무리되지만,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 회복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힘들지라도. 우리는 각 단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을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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