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시대'에 저항하는 12가지 법칙

질서 너머

by 구환회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3월 4주] 3/22~3/28


'눈치 보는 시대'. 오늘의 세계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말을 아끼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단, 비난이 두려워 내 견해가 조금이라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 침묵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문제다. 이때 조던 피터슨이 등장했다. 그의 소신은 십자포화를 맞을지라도 할 말은 한다는 것. 유튜브 영상 속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논평을 쏟아 놓는다. 정보는 과잉되지만 불확실성은 증가하는 역설의 시대, 젊은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직언들을 투하했다. 그 내용은 '어른이 되라', '행복보다 책임이 먼저다', '네 할 일을 하라' 같은 훈계였다.


'두 번째' 12가지 법칙들 『질서 너머』


20~30대 남성들은 이 충고를 기성세대의 따분한 '라떼어'로 치부하지 않았다. 반대로 환호했다. '인터넷 아버지'로 통하는 피터슨 현상의 진원지는 유튜브다. 그런데 '유튜버 피터슨'과 '저자 피터슨'은 다르다. 책은 더 어렵고 장황하다. 그럼에도 첫 성공작 『12가지 인생의 법칙』를 잇는 최신작 『질서 너머』는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책은 일관되게 환경 탓하지 말고 방 청소 같은 작은 일부터 스스로 바뀌라고 촉구한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메시지는 실의에 빠진 청춘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물론 모든 내용을 비판 없이 수용해서는 안 된다. 『질서 너머』에서 특히 여섯 번째 '이데올로기를 버려라'는 조심스럽다. 지나치게 단순한 틀로 세상을 해석하려 하는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을 비판하는 건 문제없다. 단, 모든 거대담론을 벗어 던져야 한다는 단정 역시 과격한 건 마찬가지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저자의 주장들 역시 이데올로기 아닐까. 다른 법칙들도 토론이 필요하다. 절대적 진리인 12가지 '법칙'을 모은 책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고민해 보면 좋을 ('정답'이 아닌) '질문'을 제시하는 책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조던 피터슨은 '행복'보다 '책임'을 강조한다.


두 법칙 책을 목차부터 본 사람은 당황할 수도 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등 무관해 보이는 명령들이 한 책에 섞여 있다. 난데없는 주장들의 거친 묶음은 뜻밖에도 파괴적 카타르시스와 충동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지금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그게 무엇이든 시원하게 말하는가'가 더 큰 주목 요소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인터넷 아버지의 '떳떳하다면 눈치 보지 말라'는 말에 이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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