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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May 06. 2021

'조아여', 초능력 호랑이 소녀가 되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4월 5주] 4/26~5/2


"두 유 노 OOO?" 지난 2020년, 영화, 음악, 책 세 영역에서 모두 '두 유 노 클럽' 가입자가 추가되었다. OOO에 들어갈 이름으로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영화)와 빌보드 핫 100 1위 BTS(음악)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책은? 그림책 작가 백희나가 세계 최대 어린이·청소년 문학상 중 하나인 아스트리드 린그드렌 추모문학상의 수상자가 됐다. 이 중 책은 2년 연속 흥미로운 뉴스가 들려왔다. 올해 초 한국계 미국인 작가 태 켈러가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으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어린이 문학상 뉴베리상을 받았다.



게다가 주인공이 한국인이다.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한국 동화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특히 「해님 달님」이 중요하게 차용된다. 할머니(halmoni)처럼 로마자로 표기한 우리말이 등장한다. 모두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은 한국인 외할머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와 냉면 등 한국 음식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학 시절 작가는 국적을 묻는 질문에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잘못된 대답임을 느끼고 '완전한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릴리는 엄마, 언니와 함께 외할머니의 집으로 이사를 온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할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평소 자신을 '투명 인간'이라 생각할 정도로 조용한 성격인 아이. 하지만 남은 보지 못하는 것, 호랑이를 본다. 할머니의 회복을 위해 릴리는 장물을 찾아 달라는 호랑이의 제안에 응한다. 난관을 헤쳐나가며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는 용맹함을 얻고 초능력 호랑이 소녀로 변모한다. 이 순간 아시아인, 여자, 어린아이에게 덧씌워지는 고정된 이미지를 지운다. 릴리가 유리 단지를 던져 깨뜨리는 순간은 상징적이다.


출처: 돌베개 페이스북


성장의 여정은 감동을 준다. 동시에 할머니의 일생은 반대편에서 릴리와 공명한다. 호랑이가 돌려 받고자 한 물건은 할머니가 숨긴 '부정적 이야기'다. 괴롭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덮고 잊어버리는 건 나쁜 해결책일까.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내 기준으로 헤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미국에 올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확인하면 도달하는 결론이다. 한국적인 소재와 설정이 눈을 끄는 책. 그러나 고유한 정체성의 받아들임이라는 작품의 메시지는 인종이나 민족의 경계와 무관하게 모든 독자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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