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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Jun 17. 2021

밤에 읽지 말 것. 숙면하고 싶다면.

완전한 행복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6월 2주] 6/7~6/13


두 소설 독자의 가상 대화. "등단 작가 되려면 꼭 신춘문예나 공모전 통해야 하나?" "대부분 그렇지." "정유정은 예외 아냐?"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 받았어." 이처럼 정유정은 이른바 '문단문학' 바깥에 서 있는 작가라는 느낌을 준다. 간호사로 일한 그는 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한 적이 없다. 우상은 스티븐 킹이다. 아름다운 문장보다는 정확하고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을 쓰려 한다. 무엇보다 단편은 쓰지 않고 오직 장편소설만 발표했다. 한국 문학의 단독자 혹은 UFO 같은 소설가. 최근 신작 『완전한 행복』을 출간했다.



곧바로 소설 차트의 포식자가 됐다. 『완전한 행복』 예약 판매가 시작한 날, 작가가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영향이다. 판매 첫날 순위를 1위로 시작했다. 전작 『7년의 밤』, 『28』, 『종의 기원』도 3차선 꽉 채운 역주행을 달렸다. 앞선 '악의 3부작'을 잇는 신작의 키워드는 '욕망'이다.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통제해야 하는 여자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 그의 범죄 일기를 '그것이 알고싶다' 풍 으스스한 분위기로 재구성했다. 여기에 작가의 인장인 힘, 속도, 부피감, 서스펜스를 넣어 확장하고 마침표를 찍었다.


주인공 유나는 정유정 월드를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악인이다. 가장 강박적이고 극단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바라는 건 오직 '나의' 행복이다. '완전한 행복'의 걸림돌은 모두 제거한다. '뺄셈의 원칙'에 따라 악행을 저지른다. 제어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논리는 피할 수 없이 타인의 행복과 충돌한다. 나르시시즘이 극한으로 치달을수록 주변 사람은 더 깊고 어두운 늪에 빠져든다. 이 파멸과 균열의 과정을 무섭게 그려낸다. 공포의 강도와 결정도 모두 높다. 쿰쿰하다. 월요일 아침부터 악몽 꾸기 싫다면 일요일 밤에는 읽지 않는 것이 나은 책이다.



'과잉'과 '생략'. 다른 유형의 강박이 작가에게도 적용된다. 그의 방대한 자료 조사는 유명하다. 전문 정보와 지식을 세밀한 묘사로 풀어낸다. 이 '과잉'은 밀도 높은 이야기 완성에 필요한 재료다. 빠른 흐름의 이야기를 쌓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철저하게 '생략'한다. 접속 부사도 사용하지 않는다. 특유의 양면 전략은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장점이 양적으로만 더해지는 수학적 성과 이상을 거둔다. 책을 읽는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화학적 효과까지 자아낸다. 단, 인물의 관계가 너무 가깝게 얽혀 있다. 많지 않은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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