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환회 Jun 24. 2021

여행일기의 BGM은 다정한 대화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6월 3주] 6/14~6/20


독일을 여행 중이던 소설가 정세랑을 가장 흥분하게 한 장소는 '드라이란덴푼트'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의 국경이 만나는 꼭짓점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세 나라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 수 있다. 경계는 있지만, 위계와 제약은 없는 평범하면서 특별한 공원. 이곳의 조화로움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그 삶 속 모든 순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세랑 소설의 정서를 닮았다. 이 밖에도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는 작가의 소설에 영감을 준 다양한 여행 중의 감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여행만큼이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사람, 관계, 애정에 대한 언급이 많다. 어쩌면 이렇게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많은지 궁금함과 부러움을 느끼게 될 정도다.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 동료, 독자, 그리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까지도. 그 이유는 우선 작가 자신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만두를 먹고, 친구의 찬 손을 걱정하는. (물론 남에게 상처 이상의 피해를 주는 사람도 자주 마주했겠지만, 책에서는 최소로 언급한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는 '문득 홀로 떠난 여행의 기록' 정반대에 있는 '다정한 대화를 많이 포함한' 여행기다.


정세랑의 첫 번째 비소설 책이며, 여행 에세이다. 읽기 전에는 여행책다운 밝고 경쾌한 스텝을 밟았으리라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작가의 말'부터 죽음의 그림자를 깔고 시작한다. 잔상이 끝까지 남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소아 뇌전증을 앓았다고 한다. 작가는 여행을 즐길 수 없었으며, 건강해진 뒤에는 생명에 대한 경이를 품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행진하는 스머프'같은 성격이 되었다. 정세랑의 소설만 접해왔고 정세랑 개인의 이야기는 몰랐던 팬들에게는 그의 소설을 더 가깝게 공감하게 되는 열쇠일 수도 있다.


출처: 위즈덤하우스 페이스북


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 도시에 폭 빠졌던 것처럼 회상한다. 그 도시들을 다시 찾겠다고 이야기할 법도 한데, 여행 자체를 별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의 한 부분이 의외다. 여행객을 한 명이라도 줄여 그 지역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여행의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기 위해서다. (책에 적지는 않았지만, 배기가스를 내뿜는 비행기 이용에 대한 반대도 이유일 수 있다. 작가는 스스로 '하드코어한 환경주의자'라고 부른다.) 이것이 정세랑 지구인이 지구를 사랑하는 법이다. 그 시선이 사려 깊고 뭉클하다.

        

작가의 이전글 밤에 읽지 말 것. 숙면하고 싶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