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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Jul 01. 2021

죽음의 그늘에 핀 꽃, 희망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6월 4주] 6/21~6/27


참사와 비극. 타인의 고통을 말하는 책은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거짓 공감을 강요하는 하나의 소재로 남의 아픔을 활용(?)하는 저자도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겪은 일의 기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20세기 가장 지옥에 가까웠던 현장인 나치 강제 수용소 생존자의 책이라면 더욱. 정신 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부모, 형제, 아내를 수용소에서 모두 잃고 혼자 살아 돌아왔다. 그는 극한의 참혹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스스로 인간다움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 과정과 결과를 체험 수기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담담하게 술회했다.



수용소의 어떤 모습은 우리의 예상과 일치한다. 너무나도 비참하다. 어떤 모습은 예상과 어긋난다. 자유를 찾은 수감자들은 중압감 때문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갇힌 상태와 풀려난 상태, 같은 조건 아래서도 행동과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폐쇄적인 공간에서조차도 '선택할 자유'와 '나를 추스를 기회'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영향이다. 누군가는 무력감에 빠지거나 당장의 쾌락을 택했다. 누군가는 희망의 이유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 미래를 희구함으로써 힘을 얻었다. 차이의 배경은 '의미'의 유무다.


'의미'는 빅터 프랭클 그리고 그가 창시한 로고테라피 학파가 가장 중시한 개념이다. 누구도 시련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고 존엄성 또한 지켜야 한다.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덜 중요하고 덜 소중한 것부터 지워나갈 때 마지막까지 남는 단 하나의 가치, 꿈, 염원. 이것을 찾는다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 '존재 가치' 또한 붙들어야 한다.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사실과 다르다. 나는 유일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삶에 기대하는 것이 있듯이 삶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도 있다.


tvN STORY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서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걱정과 두려움을 떨치는 건 삶을 가볍게 하고 용기를 준다. 반대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피하기 바랐던 비극이 결국 찾아오는 것도 인생이다. 아우슈비츠 수감자들의 삶과 죽음을 가른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의 운명이었다. 그러나 극복 의지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 끝까지 내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 이 시도 자체가 값지다. 모든 고통은 다양하며 경중이 없기에 '힘들 때 읽으면 좋은 책'은 어려운 추천 주제다. 꼭 한 권을 꼽아야 한다면 첫 번째로 올려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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